매일신문

부동산發혼란…나라경제가 흔들린다

한국 경제가 북한의 핵 실험으로 충격을 받더니 다시 부동산 광풍에 휩쓸리고 있다.

14일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부동산가격 급등 사태는 ▲소비 위축을 초래해 이미 하강중인 경기를 더욱 짓누를 뿐아니라 ▲경기 급강하를 막기위한 정책카드들을 무력화시키고 ▲ 버블붕괴에 따른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열심히 일하자는 마음을 다져야할 국민들은 부동산 수혜층과 투기 열풍에 편승하지 못한 편으로 갈려 심한 분열상을 빚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뛰는 아파트값 땅값을 지켜봐야 하는 서민들은 생활 의욕이 훼손될 정도로 상처받고 있다.

혼란은 부동산 시장에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증권선물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12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는 등 ' 탈(脫) 코리아'를 보이고 있다. 같은 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장중 930원선이 붕괴되는 등 외환시장도 불안한 상태여서 가장 강력한 성장엔진인 수출이 안정적으로 지속될지도 불확실하다.

하지만 국가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주요 사안들은 부동산에 밀려 논의가 실종됐다.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 강대국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반도가 국가생존을 지키면서 강국으로 부상할 방법은 어떤 것인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은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경제적 부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치밀하고 진지한 논의를찾아보기 어렵다.

부동산사태가 아니더라도 입법.사법.행정부 전체가 갈등과 혼선을 드러내고 있어 국가가 앞으로 닥칠 지도 모를 경제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경제 혼란..당장 소비위축 우려

북한의 핵 실험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라 전체를 휩쓸고 있는 '부동산 광풍'은 국가의 거시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가계의 소비 위축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대출에 따른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주택 장만을 위한 저축이 확대되면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부동산가격 상승은 '부의 효과' 보다는 가계부채 확대에 따른 소비위축의 부작용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자와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비를 자제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물적.인적자원의 비효율적 배분도 한국경제의 근원적인 성장능력에 타격을 줄 것으로 지적됐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가격 상승은 효율적 자원배분을 왜곡시켜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게 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부동산문제가 더욱심각해져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질 경우, 경제전반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부동산 버블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조사팀장은 "정부의 부동산 안정 대책이 발표되면 일정기간 실효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대책도 실패하면부동산가격은 다시 오르고 이는 버블붕괴의 위험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는 둔화 국면

이미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상태여서 이번 부동산 악재는 경제 전반에 깊고 넓은 파장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에 비해 0.9% 늘어나는데 머물러 2 분기 연속 성장률이 1%를 밑돌았다. 전분기 대비 GDP 증가율은 작년 4.4분기 1.6%, 올해 1.4분기 1.2%, 2.4분기 0.8%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 3.4분기에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0.5% 증가하는데 그쳐 작년 1.4 분기의 0.5%이후 6분기만에 가장 낮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내년에도 세계경기의 둔화, 국제유가 재상승, 북한 핵문제 등으로 경제성장 전망이 어두운 상태다. 스위스에 본부를 분 투자은행 UBS는 내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6%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이체방크와 골드만삭스도 각각 4.0%로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에 보고서를 통해 민간소비가 둔화되기 시작하는 등 경제가 완만한 둔화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고 경제성장률은 올해 5.0%에서는 내년에는 4.3%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른 기관들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한국경제연구원 4.1%, 현대경제연구원 4.2 %, LG경제연구원 4%대초반 등으로 5% 안팎의 잠재성장률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 여.야 문제해결에 도움안돼

문제는 이번 부동산사태를 해결하는데 지혜를 모으기 보다는 비방과 비난에 열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는데 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못하고 있다. 8.31대책 주역의 한 축인 열린우리당이 문제의 해결방안을 진지하게 제시하기 보다는 정부를 비난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작년 7월6일부터 8월31일까지 모두 8차례의 당정협의를 열고 8.31 대책의 주요 내용들을 직접 발표했다. 정부는 2개월동안 여당이 발표했던 내용들을 종합하는데 머물렀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여당은 8.31대책의 주도자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협의 내용을 직접 발표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여당이 이제 와서 부동산정책 실패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면서 강도높은 비난을 하고 있는데 대해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야당인 한나라당도 당리당략의 '발걸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한나라당은 부동산 가격이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종합부동산세 과표를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을 인별 합산으로 전환하겠다고발표함으로써 부동산 투기를 더욱 자극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입법.사법.행정부 갈등.분열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부동산사태로 국민들이 정부와 여당을 신뢰하지 않게 됐다는데 있다.

비전2030 민간작업단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강력한 리더십이없으면 아무리 유망한 국가도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세계문명은 물적 자본시대, 인적 자본시대를 지나 사회적 자본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제도.신뢰.규범이 국가경쟁력의 최대 요소로 부상했다는 것이 작업단의 설명이다. 그러나 공적기관들의 신뢰 상실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는 출자총액제한제도 개편안을 놓고 오랫동안 대결하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문제를 놓고도 환경부와 재경부.산자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계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판짜기'에 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검찰과 법원은 론스타 본사 경영진에 대한 사법처리를 놓고 반목하고 있다.

건전한 토론과 건강한 비판은 경제사회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지만 끝없는 성토와 비난으로 확대되면 사회적 자본을 잠식하게 되고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불확실성은 기업.가계 등 경제 주체들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면서 "이는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을 장기적으로 떨어트린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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