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간도로 야간주행 '아찔'…'로드 킬' 사고 잇따라

야생동물 이동통로 없어 마구 뛰어들어

"우당탕탕, 꽝! 끼∼익"

지난 10일 오후 9시 45분쯤 구미시 장천면 하장리 26번 국도에서 선산 방면으로 에쿠스 승용차를 몰고 가던 진모(42·구미시 선산읍) 씨는 갑자기 중앙분리대 밑을 통과해 도로로 뛰어든 멧돼지 무리(5마리)를 들이받고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생후 6개월 정도의 멧돼지 5마리가 한꺼번에 덮친 것이다. 피할 시간도 없이 급제동했지만 무게가 20∼30㎏ 정도의 멧돼지 5마리는 도로 곳곳으로 튕겨졌고 뒤따르던 7, 8대의 차량이 멧돼지 위를 지나갔다. 순식간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흉측한 모습의 멧돼지 사체들이 도로 곳곳에 나뒹굴었다. 이 과정에서 진 씨의 승용차 앞 범퍼는 크게 파손돼 정비공장 신세를 지게 됐으며,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진 씨는 "갑자기 뛰어든 멧돼지를 발견하고 급제동을 했지만 충돌을 피할 수 없었으며 사고 직후 한참 동안이나 정신이 없어 멍하니 있다 가까스로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다."며 "가드레일과 중앙분리대의 틈은 몸집이 큰 야생동물도 충분히 뛰어들 수 있을 정도여서 대형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 같은 사고는 대부분 산간지역 도로가 예산을 이유로 야생동물 이동통로 없이 마구잡이로 산을 깎아 도로를 건설한데다 가드레일과 중앙분리대가 노면에서 30∼40㎝ 공백을 두고 철제로 가로막아 그 틈을 이용해 야생동물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 해마다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고속국도나 지방도에는 야생동물 이동통로가 거의 없는 상태이다.

요즘 경북도 내에는 이 같은 '로드 킬' 사고로 한밤중 조용한 농촌 산간도로를 운전하다 혼쭐나는 운전자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차에 받혀 죽은 동물 사체들로 도로가 지저분해지기도 한다.

구미시청 산림과 권태욱 야생동물보호 담당자는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돼 일정 장소에서 소각 처리해야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에서 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매립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야생동물 보호와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해 최소한 산을 가로질러 개설된 도로만이라도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구미·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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