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 우물을 제대로 판 사람치고 성공못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국내 실험용쥐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오리엔트바이오의 장재진(45) 회장도 그런 사람이다.
1988년 당시 스물일곱이던 장 회장은 일찌감치 자신의 적성은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다니던 직장도 있었지만 사업 아이템만 있다면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매일 달려갔던 곳이 서울의 교보문고였다. 요즘 같으면 인터넷이 일반화돼 있지만 당시는 서점이 정보의 보고였다.
어느날 눈에 띈 것이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쓴 '실험동물의학'이라는 전문서적. "내가 할 사업은 이것"이라고 생각했단다. 곧바로 대학으로 찾아가 저자를 만났다. 문과출신이라서 이공계 분야는 생소했지만 뭔가 느낌이 왔다. 당시 유일하게 실험용 쥐를 생산하고 있던 KIST에서 쥐의 모체를 얻고 대구에 공장을 차렸다.
하지만 너무 모르고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첫 제품을 들고 한 제약회사에 청을 넣었지만 청천벽력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이 동물은 실험용으로 못 쓴다."는 것이다.
실험용 쥐라고 해도 그저 잘 만 생산하면 될 것으로 봤는데 그게 아니었다. 당시 만해도 우리 실험용 쥐 생산환경이 그만치 열악했던 것이다. 반도체 설비 이상의 시설 여건이나 실험용 동물에 대한 인식 자체가 너무 천박했다. 장 회장은"늦게 알았지만 당시 내가 생산했던 쥐는 쓰레기였다."고 회상했다.
92년 결국 공장문을 닫았다. 당시로서도 적지 않은 3억 원 정도의 재산도 탕진했다. 그런데 정말 우연한 기회에 귀인을 만나게 됐다. 사업성공에는 귀인이 늘 따라다니는 모양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유럽 실험동물 대기업인 B&K그룹 벤틴 회장을 만난 것이다. 벤틴 회장의 도움으로 영국으로 건너가 실험용 쥐 생산의 기초과정과 내부 생산과정을 견학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그는"영국에서 돌아와 보니 국내는 아직도 실험용 동물 시장을 가축시장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을 설득하고 본격적인 생산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물론 벤틴 회장의 도움은 이때도 계속됐다. 시설투자에 100억 원이 들었고 운영비까지 합하면 초기에 300억 원 정도의 돈이 들어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IMF사태가 터진 것이다. 그동안 대출을 해주던 은행에서 대출을 중단해 버렸다. 피나는 5개월여의 사투 끝에 정상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이 기간에 그는 자살충동까지 느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위기를 넘기자 사업은 탄탄대로였다. 세계 실험동물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던 찰스리버도 기술 제휴를 제안해 왔다. 벤틴 회장도 찰스리버와의 제휴에 흔쾌히 동의해줬다. 이때부터 오리엔트바이오가 생산한 실험동물은 국제유전자표준(IGS)규격으로 인정됐다.
회사가 커지면서 자금이 필요해졌다. 2003년에 시계업체인 오리엔트를 인수하고 거래소시장에도 들어갔다.
그는"사업은 기술도 중요하지만 돈이 있어야 투자도 가능하다."며 오리엔트 인수에 대한 일부의 부정적 시각을 일축했다.
오리엔트 인수후 장 회장은 경기도 가평에 400만 마리 생산능력을 갖춘 제 2실험쥐 사육센터를 만들었다. 장 회장은 10년 후에는 실험용 쥐 600만 마리를 키우겠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현재 국내 실험쥐 시장을 60% 장악하고 있는 오리엔트 바이오는 조만간 실험용 원숭이 등 영장류도 기를 계획이다. 당초 제주도에 사육센터를 건립할 계획이었으나 동물보호단체의 반발로 동남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원숭이 임상실험이 성공할 경우 발모제와 화장품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포항 출신인 장 회장은 자신의 사업 성공은 어머니 덕분이라고 했다. 한때 형님의 사업실패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을 때 어머니는"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하면 자식들도 눈물 흘릴 수밖에 없다."며 가산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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