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채점 결과에 따른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요즈음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일부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수험생을 성적에 따라 한 줄로 세워 놓고 대학 서열에 따라 먼저 끊어가는 식의 현행 대입전형 제도는 소수에게는 성취감과 극도의 만족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그러나 절대 다수의 수험생과 그 가족들은 소수의 우월감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들러리를 서는 것 같아서 수능시험이 끝난 지금 한 없이 허탈하고 뒤끝이 씁쓸한 것이다.
▶혹독한 후유증
문제가 쉬워 평균점이 올랐다고 하는데 딸아이는 평소 모의고사보다 20점이나 내려갔어요. 하루 종일 울기만 하고 아무 것도 먹지 않아요.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지금처럼 힘들었던 적은 없었어요.」눈언저리가 붉어진 엄마는 자신이 그 고통을 대신 감당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잠을 실컷 자고 싶었어요. 그러나 이틀 정도 계속 잤더니 허리가 아파 더 잘 수 없어요. 오히려 밤이 두렵습니다.」잠도 자신에게 궁극적인 위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장 폴 사르트르가 '지옥이란 타인의 시선'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아이의 수능 성적은 직장 생활에서도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조기유학을 보냈더라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당분간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피하고 싶습니다.」어느 중견 교수의 말이다.「아이가 재수를 시작한 지 얼마 후부터 눈이 침침해 지고 머리가 세기 시작해서 이제 염색을 하지 않으면 백발입니다. 갱년기 장애까지 겹쳐 늘 몸이 가볍지 않고 아픕니다.」안경알을 닦으며 이 중년 여성은 계속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아파트 같은 층에서 마주보고 사는데 한 집은 만족할만한 점수가 나오고 다른 집은 그렇지 못하다고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피차 얼마나 어색한지 모를 겁니다. 서로가 멀리서 어느 한 쪽을 먼저 보게 되면 눈치 못 채게 기다렸다가 다음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프다는 그런 문제만은 아닙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이 답답하고 아픕니다. 어떤 때는 숨을 쉬는 것조차 힘겨울 때가 있습니다.」 어느 어머니의 우울한 독백이다. 이런 현상은 해마다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근본적인 치유책은 없다.
▶부모가 먼저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시험을 못 친 수험생은 엄청난 좌절감과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상당수의 수험생들은 표현을 안 할뿐이지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진학 상담을 하다보면 부모님께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이 많다. 그 미안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방법을 못 찾을 뿐이다. 그 미안함은 때로 반항심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따라서 부모가 먼저 그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부모가 계속해서 심하게 꾸중을 하거나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면 학생은 설자리가 없으며 밖에서도 자신 있는 태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 일수록 입시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곰곰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점수에 맞추어 대학 등급을 한 단계가 올리고 내리고 하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부질없다. 지금은 온통 점수에 매달려 있지만 조금만 지나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무리하지 말고 합격 가능한 대학에 입학해서 대학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가족이 함께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자.
한자리에서 밥도 같이 먹기 힘들었던 지난 일 년 동안 대부분 가정에서는 가족끼리 서로 말도 못하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긴장된 생활을 했다. 이제 결과에 관계없이 서로의 수고를 인정해주고 격려해주는 일종의 가족 단합대회가 필요하다. 격렬한 운동을 하고 난 뒤 정리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에 이상이 생기듯이 입시 전쟁을 치르고 나서도 온 가족이 함께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동안의 수고를 서로가 인정하며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다짐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멀리 바라보며 긴 호흡으로 승부하자.
단판승부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이제 멀리 앞을 보며 긴 호흡의 승부를 하겠다는 결의를 다져야 한다. 일생 동안 수차례의 재교육과 재충전의 기회를 가져야 하는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한 번 명문대를 졸업했다고 해서 끝까지 기득권이 유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진정한 공부는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시작된다. 앞으로는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보다는 진정한 실력으로 평가를 받는 일이 일상화 될 것이다. 대학입시는 인생에서 거쳐야 하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지금은 다소 힘이 들더라도 온 가족이 서로 다독이고 격려하면 시간과 더불어 상처는 치유될 것이다. 최후의 승자를 꿈꾸며 멀리 바라보자.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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