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 논단] 잡초와 잔디, 그리고 순천자

잔디라 하면, 금새 머릿속에서 금잔디를 생각한다. 평원, 금잔디라고 하는 남해안 일대에 서식하는 잔디는 학명으로는 조지아 테뉴폴리아라고 한다. 그 밖에도 켄터키 블루·버뮤다·벤트글래스·페스큐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지역마다 자라는 환경과 기후에 따라 알맞은 잔디를 골라야 하며, 씨를 뿌리기 전에 반드시 토양이 산성인지 알카리성인지 살펴야 하고, 토질도 조사해서 가장 알맞은 씨로 뿌려야 한다. 어릴적 기억에 공원 잔디밭에는 어김없이 '잔디보호'라는 팻말이 놓여 있었고, 어쩌다 그 곳에 발을 디뎠다가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관리 아저씨들의 호루라기와 호통을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런데 잔디가 아주 촘촘히 자란 곳도 봄이 되면 여지없이 불청객의 공격을 받는데, 가장 흔히 보는 것이 민들레다. '민들레 홀씨 되어'라는 노랫말도 있지만, 민들레는 솜사탕 같은 씨앗 망울로 어린아이들에게나 젊은 연인들에게 낭만스럽게 비치기도 한다.

민들레의 꽃말이 성경 창세기에서 유래하듯 '감사하는 마음'이라 한다. 하지만 잔디의 입장에서 보면, 민들레는 분명히 잡초다. 잡초를 솎아 낼 양이면, 뿌리 채 잘 뽑아내야 한다. 진정한 잡초일수록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에 잔뿌리라도 남기면 아무리 뽑은들 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잡초를 솎아 내는데, 죄 없는 잔디도 몇 가닥 같이 뽑혀 올라온다는 것이다. 잡초의 입장에서는 원래 잡초가 아닌데 잡초가 되었고, 잔디는 원래 잔디였는데 엉겁 결에 잡초와 같이 뽑혀 올라와 잡초가 되어버린 것이다. 억울할 것이다.

세상사가 다 이와 같은 이치라 비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조금은 닮은 것 같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일도 있을 것이고, 남을 대신해서 희생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 철학도 한때 유행했었다.

밤잠을 설치며 열심히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한 달 사이에 1억씩 집값이 오르는 나라의 경제는 잘못되어도 한참이 잘못되었다. 경제도 상식이다. 물론 평범한 우리내 마음 한구석에, '나도(me too) 이기주의'가 없을 수는 없다.

시장에서는 수요나 공급 중 하나가 도드라지면, 이를 바로잡으려는 힘이 작용한다. 살려는 사람이 많거나, 파는 물건이나 사람이 적으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가격이 오르는 속도와 공간, 즉 시공(時空)이다.

속도가 빠르다 못해 초음속 같고, 공간은 서울과 인근 수도권 일부 지역이라는 것이다. 버블 세븐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면서 마치 이런 비상식적인 현상을 즐기는 것 같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어붙은 근본적인 이유가 무얼까? 그 이유를 찾아보면, 행여 부동산 시장의 해법이 있지 않을까?

첫째, 수요가 없어 미분양이 남아돈다. 둘째, 소득원이 있어야 실수요를 하는데 지방취업기회가 적기 때문에 유입 인구보다 유출 인구가 많다. 셋째, 지방에도 나름대로 기업이 있고, 명문 고등학교까지 있는데 소위 명문대학교가 많지 않다.

이 세 가지가 문제를 삼차 연립방정식 풀듯이 풀어야만 한국 부동산 시장의 해법도 있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일부 지방 학생들이 서울로 이동을 시작했다. 논술학원을 다니기 위해서란다. 지방에 명문대가 있다면 논술학원도 당연히 지방에 있을 것이 아닌가?

지방에도 명문 국립대와 사립대가 물론 있다. 하지만 수요를 다 채울 수 도 없거니와, 웬만해서는 졸업 후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 해법논리를 하나씩 만들어 가다보면 아직도 한국은 경제개발 초기에 머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농(離農)에서 이도(離都)현상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공급경제의 원칙을 적용해서 지역경제가 발전하고, 2000만이 복닥거리는 서울보다 더 살기 좋은 지역으로 발전하면 된다. 하지만 그 방법이 항상 고민이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근본과 원칙은 바뀌지 않는다. 10년,20년 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지금부터라도 국가경제의 성장 주체로 지방정부가 나서야 된다.

'위에서 밑으로'가 아니라 '밑에서 위로' 가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재와 자본이 필요하다. 이들을 유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지방의 도량들을 우리 손으로 뽑는다. '順天者는 存하고 逆天者는 亡한다'의 맹자말씀에 전자는 경제하는 도량이고 후자는 권력만을 쫒는 정치하는 도량이라 비유하면 너무 오버한 것일까? 우리 지역 도량은 전자일까 후자일까?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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