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부를 잡아라"…아파트 시장 '新평면 경쟁'

'주부는 아파트의 중심입니다.'

아파트 평면의 변신이 거듭되고 있다. 발코니 확장 합법화 이후 좀더 넓은 실내 공간과 구매자의 눈높이에 맞춘 마감재 고급화 위주로 흐르던 '아파트 시장'이 최근 들어 '주부와 가족 관계를 중심'에 둔 신평면 경쟁으로 바뀌고 있는 것.

대표적인 것이 주방의 변신. 요리와 식사의 공간으로만 통하던 주방이 가족이 함께 즐기는 공동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뀌고 실내 공간에서 절대적인 존재 가치를 가졌던 거실과 안방은 색다른 편의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주방의 화려한 변신.

올해 분양 단지 중 최대 규모(1천400가구)인 수성구 상동 동일 하이빌. 모델하우스에 들어선 주부들이라면 한번쯤은 주방에서 발길이 멈추게 된다.

기존 주방보다 1.5배가 넓은 공간 한가운데 조리대가 있는 넓이 2m가 넘는 대형 아일랜드 식탁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주방은 밥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식탁과 눈높이를 같이하고 요리를 할 수 있는 대형 아일랜드 식탁이 있으면 자연히 가족들이 주방으로 모여들게 되고 조리와 식사 시간이 가족 공동의 시간으로 바뀌게 됩니다."

성윤태 동일하이빌 설계 팀장은 폐쇄적인 주방의 개념이 자녀 교육과 가족간의 대화 장소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주방 평면도 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43평형에서는 딱히 어디가 주방이고 거실인지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거실과 주방을 분리하던 벽체와 문이 사라지고 한 공간 내에 조리대와 쇼파, 식탁 등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 요리를 해야하고 TV 시청도 불가능한 기존 주방의 폐쇄성을 없애기 위한 공간 배치"라고 밝힌 성 팀장은 "특히 항상 관심이 필요한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는 가장 적절한 평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주 분양한 경산시 옥곡동 우방 유쉘 단지는 주방 내에 컴퓨터 이용이 가능한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강성운 분양팀장은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듣고 쇼핑을 즐기는 신세대 주부들을 위한 배려"라며 "주방에 인터넷 전용선을 깔고 컴퓨터 설치가 가능한 미니 책상을 설치했으며 모델하우스를 찾은 주부들의 반응이 예상외로 좋다."고 말했다.

▷안방에 세탁실이

이번주 분양하는 구미시 '임은 코오롱 하늘채' 45평형 안방에는 색다른 공간이 하나있다. 확장형 발코니 공간에 세탁실이 자리잡고 있는 것. 그렇다고 안방과 붙은 세탁실이 폐쇄적으로 구분돼 있는 것도 아니다. 접이식 나무 문을 설치해 문을 열어두면 세탁실과 안방이 한 공간이 된다. 코오롱 관계자는 "2평 정도 공간에 세탁기와 빨래 건조기, 다름질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며 "주부 만의 절대 공간으로 다양한 용도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방과 세탁실의 만남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 안방에 웬 세탁실이냐며 거부감을 나타내는 중년 남성과 정말 필요한 공간이라며 칭찬을 쏟아내는 30.40대 주부가 뽀족한 의견 대립을 보인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

드레스룸도 '주부의 입맛'에 따라 변신하고 있다.

임은 코오롱 하늘채의 경우 30평형으로는 드물게 안방에 붙박이장이 아니라 1.5평 크기의 드레스룸을 설치해 신세대 주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상동 동일 하이빌은 중대형 평형부터 남녀 드레스룸을 구분해 주부만을 위한 별도 공간을 채택하고 있다.

분양 대행사 리코의 최동욱 대표는 "아파트를 구매할 주부들의 의사가 절대적이고 생활 패턴이 바뀌고 있는만큼 아파트 평면의 변화도 피할 수 없는 추세"라며 "주택회사들이 주부 중심의 평면 변화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앞으로 더욱 다양한 신평면이 등장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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