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전남 무안과 목포를 방문해 '큰 선물'을 안겼다. 2020년까지 무안'목포'신안에 22조 원을 투자해 신산업거점으로 육성하는 이른바 '서남권 종합발전구상'이다. 지역 발전방안은 지역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던 참여정부가 그 원칙을 깨면서 호남에 준 선물이어서 영남지역은 착잡하다.
과거 京釜軸(경부축)을 중심으로 경제발전이 이뤄지다 보니 상당 기간 호남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호남지역은 영남지역이 '대단한 특혜'를 누린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지난 1990년대 초 광주지역 인사들이 대구시를 방문해 중앙정부 지원 예산의 규모를 파악하고는 입을 닫았다고 한다. 영남 출신이 다수를 점했던 군사 정권이 정통성 취약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호남을 집중 지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서해안 시대'가 열리면서 영호남의 처지가 역전됐다. 국토 균형개발 측면에서 호남이 주목받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차별은 안 된다. 서해안 고속국도는 11년 만에 완공하면서 동해안의 7번 국도는 신설도 아닌 확장공사를 20년 이상 질질 끌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영남권 5개 지자체들이 寤寐不忘(오매불망) 요구하는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우면서 중앙정부에 기대지 말고 독자적인 발전전략을 마련하라며 지자체들을 압박해 왔다. 그런데 무려 22조 원을 투입해 호남을 지원한다니 영남지역, 특히 주요 국책사업 선정에서 거의 제외되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은 입맛이 매우 쓰다. 상당수가 민자사업이라고 하나 대구'경북지역엔 대규모 정부지원 프로젝트가 없지 않은가.
수도권-비수도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터에 영호남 차별까지 자행된다면 '지역균형발전'은 사전에만 등재된 死語(사어)가 되고 만다. 작은 나라가 남과 북으로 갈린 것도 모자라 수도권, 호남, 영남으로까지 나뉜다면 성장동력의 잠식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철지난 좌우 이념대립까지 가세하고 있으니 나라가 산산조각 날 판이다. 이러니 '新(신)삼국시대 도래' 운운하는 저잣거리의 비아냥이 날로 勢(세)를 얻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전략은 지역차별전략이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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