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적' 왕하오 벽에 또 막힌 탁구 유승민

"잘 치고도 진 경기다. 왕하오가 너무 좋았고 실력은 왕하오가 낫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철저하게 준비할 생각이고 왕하오를 다시 꺾는다는 희망만은 포기하지 않겠다"

7일(한국시간) 새벽 제15회 도하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단식 준결승이 열린 알아라비 실내체육관.

경기 전 세계랭킹 4위 왕하오(중국)를 상대로 단체전 결승 패배 설욕을 다짐했던 유승민은 왕하오와 단식 4강 대결에서 1-4로 져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지만 경기 후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경기 내용은 단체전 1단식 때 0-3으로 완패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았고 두 세트 듀스 접전을 펼치는 끈질긴 승부 끝에 승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유승민은 2004아테네올림픽 때 단식 결승에서 만난 왕하오를 성인대회 상대전적 6전 전패의 절대적 열세를 딛고 4-2로 꺾고 금메달 쾌거를 이루는 '녹색테이블의 기적'을 일으켰다.

이후 유승민과 왕하오는 약속이나 한 듯 올림픽 후유증을 겪었지만 왕하오는 올 해 쿠웨이트오픈 우승 등 오픈대회에서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며 상승세를 탔고 유승민도 지난 7월 일본프로리그 슈퍼서킷에서 세계 최강자 왕리친(중국)을 물리치고 우승하며 제 페이스를 찾았다.

아테네올림픽 이후 이번 대회 단체전 패배까지 3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왕하오에게 덜미를 잡혔던 유승민은 이날 결승행 티켓을 걸고 시원한 설욕을 다짐했지만 결과는 뜻대로 나오지 않았다.

첫 세트 왕하오의 강한 포어핸드 공격에 밀려 2-11로 크게 진 유승민은 2세트 들어 특유의 드라이브 공격이 살아나면서 듀스 대결 끝에 이겨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부처는 세트 스코어 1-1로 맞은 3세트.

유승민은 시소게임 끝에 8-10으로 뒤졌지만 강한 포어핸드 드라이브로 연속 득점하며 듀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13-13에서 라켓 양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왕하오의 예리한 백핸드와 한 박자 빠른 스매싱에 테이블을 내주며 세트를 잃었다.

기세가 오른 왕하오는 4세트를 여유있게 따낸 뒤 9-9 균형을 맞춘 5세트마저 유승민의 연속 공격 범실을 틈타 가져가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단체전에서 중국의 벽에 막혔던 유승민의 단식 금빛 스매싱 꿈도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유승민은 "나도 100% 실력을 발휘했지만 왕하오가 전형상 유리함도 있고 오늘은 특히 잘 쳤다. 내가 선제를 못 잡아 답답했고 승부처였던 3세트에서 왕하오 공이 에지가 되는 등 흐름을 끊지 못한 게 아쉽다. 왕하오의 서브와 움직임을 철저하게 연구해 세계선수권대회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꼭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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