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입주전 사전점검 요령은?

'아니 새집이….'

내년 초 입주를 앞두고 있는 달서구 월성동 모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요즘 시공사가 새로 분양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몰려가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얼마 전 기대에 찬 마음으로 입주자 사전 점검 행사에 갔지만 현장을 본 순간 실망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입주 주민들은 "현장이 전혀 정리가 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실내에 들어가 보니 마감재 시공이 부실할 뿐 아니라 쓰레기가 곳곳에 널려 있었다."며 "분양 때 광고한 아파트와는 너무 달라 집단 시위에 나섰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입주가 다가온 아파트마다 입주 예정자들과 시공 회사 간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 지역에서만 20여 개가 넘는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짓고 있지만 건설사의 시공 능력에 따라 마감 공사 수준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데다 입주민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분쟁이 잦아지고 있는 탓이다. 특히 예전에는 대다수 단지들이 입주 후 주민대표자회의를 구성된 뒤 하자 보수 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동호회 모임 등을 통해 입주민들이 비상대책위를 구성, 시공사를 찾아가 민원을 제기하는 것도 달라진 점.

주택 회사 입주 담당자들은 "분양 계약에 없던 사항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지만 입주자 입장에서는 아파트가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가족이 함께 살아야 할 공간인 만큼 입주 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마감재 불량 시공 등을 입주 후 발견하게 되면 입주자가 불편할 뿐 아니라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질 수 있다."고 충고했다.

▷사전 점검은 철저히

입주자들이 가장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은 입주자 사전 점검이다. 4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입주자 사전 점검은 감리대상에서 제외되는 도배, 조경, 도장공사 등 11개 공사에 대해 부실 여부를 입주자가 미리 검증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제도다.

대구시아파트입주자연합회 김재성 처장은 "입주자 사전 점검 항목은 대부분이 마감공사이며 잘못 시공된 경우 입주 후 가장 큰 불편을 느끼는 사항들"이라며 "시공사에서 나누어 주는 점검표 항목에 따라 집 안팎을 꼼꼼히 살펴보고 분양 공고 당시의 자재와 다른 점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내에서 주의있게 살펴봐야 할 곳은 문짝과 도배, 마루판 등의 적정 시공 여부.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부의 모든 문짝의 열림과 도장 상태를 확인해야 하며 도배지 접착상태와 오염 여부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특히 요즘 입주하는 아파트들은 마감재로 대리석이나 무늬목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전 점검에서 자재나 시공 불량 여부를 가려내지 않으면 입주 후 재시공시 여러 가지 불편함이 따르게 된다. 실외의 경우는 조경과 외벽 도장, 보도블록 시공과 방음벽 설치 여부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구시 건축과 관계자는 "사후 법적인 분쟁으로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입주자 사전 점검시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전 점검시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시공사가 의무적으로 입주 전까지 보수 조치를 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만약 입주 후 하자 보수 이행 여부에 대한 분쟁에 대비해 입주자 사전 점검 때 지적 사항을 적은 기록표 사본을 복사해 두는 것도 권장할 만한 방법이다.

▷분쟁이 이어질 경우

입주 전 입주자와 시공사 간의 마찰이 빚어질 경우 현행 제도상으로 명확한 해결책이 없는 것이 현실. 사전 점검 지적 사항 이행 여부가 준공 검사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다 법적인 중재 기관 또한 없는 탓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를 찾는 주민들이 늘고 있지만 공정위의 역할은 분양 당시 과장 광고 여부를 판단해 시장 질서 침해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다. 공정위 대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입주단지 주민들의 신고가 많지만 공정위 조사를 통해 법적인 조치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과장 광고로 적발되는 경우도 단순 경고 등으로 그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입주민 전체가 느낄 정도로 시공이 불량한 경우라면 입주 후 주민대표자회의를 구성해 민사 소송을 제기하거나 집단 민원을 통해 시공사에 압력을 가하는 방법 등이 있다.

아파트사랑시민연대 자문위원인 김재권 변호사는 "명백한 시공사 하자나 분양 공고 당시의 설계 등과 다르지 않다면 법적 분쟁으로 가도 주민들이 승소하기는 쉽지 않다."며 "시공사와의 합의를 통해 원만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공사들도 입주민들의 민원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화성산업 권진혁 영업부장은 "요즘은 입주자 사전 점검 때 아예 회사에서 직원이나 도우미를 호수별로 선정해 입주민과 함께 문제 파악에 나서고 있다."며 "분양 공고 당시에 없던 사항을 추가로 요구하는 경우에는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하자 부분에 대해서는 시공사가 무조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시공사에서 문제가 있는 시공 현장 개선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입주민 입장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집단 민원을 제기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다.

인터넷 등을 통해 카페를 개설한 뒤 의견을 모으고 시공사나 해당 구청 등을 찾아가 문제점을 제기 한 뒤 이행 여부를 계속 점검하는 것도 시공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압력이 될 수밖에 없다.

이재협 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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