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중은행, 공공기관 금고 유치 '한판 대결'

은행들이 이자를 상대적으로 덜 쳐줘도 되는 이른바 '저원가(低原價) 예금' 유치에 사활을 걸면서 공공기관 금고 유치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공공기관 금고 유치와 관련, 대구은행과 농협이 양대산맥을 이루며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가운데 농협이 '차지하고 있던' 대구 달성군청 특별회계를 대구은행이 최근 탈환, 경쟁양상이 격화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이달초 대구 달성군의 경영개선 특별회계 보관 은행으로 지정됐다. 경영개선특별회계는 현재 12억 원 정도의 잔고가 있지만 달성군이 추진중인 가창면 전원식당가 분양사업이 본격화하면 잔고가 12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나게돼 '알짜 금고'로 인정받는 부분.

경영개선 특별회계는 농협이 담당하고 있었지만 대구은행이 최근 몇달간 '총공세'를 펴면서 금고로 선정됐다.

대구은행은 내년 3월 문여는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의 공탁금 보관은행으로도 최근 단독 지정됐었다. 서부지원 공탁금 보관은행 지정을 통해 대구은행은 약 800억 원에 이르는 저원가성 자금조달이 가능하게됐다.

시중은행이 50년 가까이 독점해왔던 대구지방법원 본원의 공탁금 보관 은행 지위를 지난 5월 따낸 대구은행은 서부지원에서도 공탁금 보관은행으로 지정돼 지역내 '공공 금고'를 차지하는 데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법원 금고는 50년 가까이 시중은행이 독점해왔었다.

대구은행은 대구시청 및 대구시내 7개 구청(달성군은 농협)의 금고를 맡고 있다. 대구은행은 내친김에 최대 숙원인 '교육청 금고'까지 따낸다는 입장.

대구은행 공공PB추진부 박종익 부부장은 "지역에서 점포망이 가장 고르게 뻗쳐있는 대구은행인만큼, 공공기관이 민원인 편의를 본다면 당연히 대구은행을 공공금고로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수성(守城)에 나서고 있다. 경북도청 및 대구교육청 금고 등은 물론, 포항과 구미만 제외한 경북지역 21개 시군 일반회계를 맡고 있는 농협은 비록 대구 달성군청의 특별회계를 대구은행에 내줬지만, 최근 계약갱신이 있었던 경주시와 영천시의 일반회계 금고를 잇따라 유지하면서 '경북도내에서의 우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

정일경 농협 대구본부 홍보과장은 "농협이 상대적으로 공공기관 금고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만큼 '전세'가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내년 이후엔 대구은행과 농협의 '한판 대결'이 더욱 치열해진다. 행정자치부가 공공기관 금고선정에 대해 공개경쟁입찰을 하도록 주문한 것. 내년엔 대구시청 및 대구 달성군청 일반회계 등에 대한 금고 선정이 예정돼있고, 2008년엔 대구교육청, 그리고 대구시내 모든 구청이 금고 은행을 새로 선정한다.

대구시청의 경우, 한해 재정규모가 3조3천억 원에 이르러 연중 유지되는 예금규모만 6천억 원에 이르고, 대구교육청도 한해 재정이 1조 원을 넘으며 이를 통한 연중 예금규모가 1천500억 원을 넘는다. 은행들이 '군침을 흘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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