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읽었던 '이 빠진 동그라미'이야기 기억나시나요? 자신에게 맞는 조각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었던 이 빠진 동그라미. 부부는 이렇게 서로 다른 둘이 만나 빈 자리를 채워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꼭 맞아 떨어지는 조각을 찾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요. 서로 다른 환경에서 20~30년을 살아온 사람들이 만나다 보니 사소한 생활습관 하나에서 부터 다른 것 투성 입니다. 아무리 사랑이 넘쳐 결혼을 했더라도 '부부싸움'은 피할 수 없는 관문인 것입니다. 싸움을 통해 나와 네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 서로 부딪히고 깎이고, 양보한 뒤에야 비로소 꼭 맞는 조각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함께 살아온 날들 만큼이나 많이 싸우셨지요? 혹시 아직도 부부싸움의 앙금이 남아 남편이나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기도 싫은 분들은 안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싸움을 통해 서로 맞지 않는 톱니바퀴가 깎여나가 하나가 되어가고 있구나.' 라고.
그래도 미워 죽겠다고요?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미운 정'이 더 무섭다고 하지 않습니까?
◇ 잘싸우는 법 10계명
-핵심쟁점과 지금에 초점을 맞추자.
-사과할 것은 사과하자. 자존심 싸움이 아니다.
-말꼬리잡기는 싸움의 본질을 흐린다.
-옛일 들춰내봤자 얻는 것은 가슴의 상처 뿐이다.
-서로의 아킬레스건은 건들지 않는다.
-때리지 말고 부수지 말자.
-감정이 격해진다면 '장난요법'을 적절히 활용하자.
-타임아웃과 파울제를 만들어보자.
-제3자를 끌어들이는 것은 금물이다.
-복수하지말고, 자신의 본분을 다하자.
◇ 부부싸움...다양한 모습들
흔히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했지만 이도 싸움 나름이다. 사실 칼로 물베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화해하고 사랑이 더욱 깊어지는 그런 부부싸움은 '사랑싸움'에 가깝다. 대부분의 부부싸움은 한번 시작하면 두 번, 세 번이 되기 쉽고 크든 작든 간에 마음에 상처를 남겨 감정의 골을 깊어지게 한다.
# 인신공격형
시계는 벌써 밤 12시를 넘어섰다. 기남(39)은 초저녁에 '저녁만 먹고 갈께'라고 전화 한 통 해 놓고는 지금껏 감감무소식이다. 늘상 있는 일이지만 주연(여·37)씨는 오늘은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새벽녘에 들어오는 것이 벌써 나흘째. 남편 얼굴 한번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새벽 2시가 돼서야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잠이 들었다가 그 소리에 잠을 깼다.
"지금이 몇시야? 허구헌날 술이야?" 주연은 된통 쏘아붙였지만 술에 떡이 된 남편은 비틀비틀 침대로 들어가 잠들어 버렸다.
다음날 아침, 주연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아 아침상도 차리지 않았다. 아침 8시가 넘어서야 부랴부랴 일어난 기남. 속이 쓰리다며 해장거리를 찾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시돋친 아내의 말 뿐이었다.
"술 지겹지도 않니? 도대체 결혼은 왜 한거야? 내가 해장국이나 끓여주는 국밥집 아줌마야?" 정신도 덜 차렸는데 눈을 치켜뜨고 덤비는 주연의 목소리가 신경질을 돋군다.
"내가 좋아서 술먹냐? 다 처자식 먹여살리려고 사회생활하다 보니 그런거지. 출근하는 남편한테 아침부터 바가지냐?"
"잘났다. 꼴랑 월급 얼마 되지도 않는거 벌어오면서 그렇게 유세를 하긴. 차라리 당신이 애 봐라. 내가 나가서 돈 벌어올게."
"그놈의 잔소리. 좀 그만할 수 없어. 여편네가 집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바가지 긁는일 밖에 없고. 집구석에 들어올 맛이 나야지"
잘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경상도 남자 본성이 어딜가나. 기남은 속으로 '내가 좀 심하긴 심했지. 사실 술 마시다보면 기분에 2차, 3차까지 부추기는건 나니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벌컥 소리를 지르고 만다. 기남은 물 한컵으로 쓰린 속을 달래고 부리나케 출근준비를 하고는 집을 나선다. 거실에는 아직까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주연이 TV리모컨만 돌리고 있다.
# 옛일 들춰내기형
문석(42)은 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영천에 있는 시댁에 다녀오다 과속으로 교통위반 스티커를 받았다. 아내 윤정(42)은 늘상 과속을 일삼는 남편이 못마땅하다. 조금만 조심하면 될 것을 왜 쓸데없는 범칙금 무느라 돈을 써야하는건지 속이 쓰리다.
퇴근하는 남편을 맞으며 윤정은 교통범칙금을 냈는지 부터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또 잊어버렸단다. 늘 바쁘다는 핑계다.
"아침에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 그걸 또 까먹었어? 잘못하면 가산금 내야 한단 말이야. 지난 번에도 교통범칙금 늦게 내는 바람에 가산금 물었잖아. 이번에도 또 그럴 셈이야?" 아내 윤정의 목소리가 앙칼지다.
갑자기 문석의 언성도 높아진다. "아니 내일 낸다고 그러면 됐지, 왜 지난 일을 들춰내고 그래? 그게 벌써 몇 달 전 일인데."
하지만 윤정도 짜증이 오를대로 올랐다. 여기서 말싸움을 그만두면 좋을 것을 또 한마디 쏘아붙인다.
"당신 매사에 그렇잖아. 뭘 한다고 말을 했으면 실천해야지, 매번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루잖아."
이 말이 문석의 불편한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 결국은 옥신각신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만다.
"내가 뭘 미뤘다고 그래? 그럼, 당신은 미뤄서 하는 일 없어? 매번 딱딱 맞춰서 하나?"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당신이 잘못한 건데 왜 화를 내? 잘못을 지적할 때는 여기에 수긍하면 끝나잖아."
"당신이 예전 일까지 들춰내니까 화가 나지. 그리고 깜빡했다고, 내일 한다고 했으면 된 거 아냐?"
"되긴 뭐가 돼? 매사에 그러니까 회사에서도 일을 제때 못하고 맨날 늦게까지 남아있잖아."
"아니 여편네가 왜 회사 일까지 끄집어내고 그래? 당신은 그렇게 잘났어?"
# 시집 vs 친정형
오랜만에 시댁을 찾은 홍규(46) 부부는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려하는 동생 진규(36)와 마주쳤다. 진규는 형에게 사업자금이 모자라다며 돈을 좀 빌려줄수 없겠냐고 물었고, 홍규는 1천만원 가량 여윳돈이 있으니 그것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아내 경숙(42)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돈은 경숙이 겨울방학 동안 두 아이들을 해외로 어학연수 보내려 마음먹고 있었던 돈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에 올라타자마자 경숙은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그 돈이 어떤돈인데 함부로 빌려주겠다고 말해? 당신 동생은 왜 그 모양이야? 늘 제대로 하는 일 없이 형에게 손만 벌리고."
사실 이번이 한번이면 참아줄 법도 하지만 진규가 사고치는 것이 처음이 아니다. 늘 이런저런 일들로 손을 벌리는 진규 때문에 경숙은 시댁이라면 아주 진절머리가 났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 법. 대충 아내를 다독이고 넘어가면 될 일이지만 형규는 동생을 두둔하고 나섰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사람이 살다보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는거지. 우리는 살다보면 형제들한테 도움 청할 일 없을것 같아? 당신 친정식구들 도와야 할 일이 생길수도 있는거고."
이 말이 경숙의 화를 돋구웠다. 갑자기 친정 일에는 무심한 남편. 늘 말뿐이다.
"그래, 말 잘했다. 당신이 처가 식구들을 도와준다고? 지난번 내 여동생이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절절 맬때는 당신 모른척 했잖아. 장모님 생일날 선물 한번이라도 제대로 챙긴적 있어?"
"그러는 너는 시댁 식구들한테 얼마나 잘하는데? 용돈 드리라는 날짜 한번 제대로 맞춰서 갔다드린적 있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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