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동·식물, 우리 손으로 지켜야죠."
흔히 살쾡이로 잘 알려진 '삵'. 한때 한국의 산간계곡을 누볐지만 이제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이다. 성질이 사납기로 이름나 문학작품에도 곧잘 등장하는 이 삵을 지키기 위해 여고생 4명이 뭉쳤다.
스스로 '삵 박사'라고 자부하는 이들은 대구 원화여고 2학년 동갑내기인 이수진, 마혜영, 박인경, 이유진 양. 지난 10월 환경부의 '생물자원보전 청소년 홍보대사'에 임명된 이들은 전국에서 뽑힌 청소년 홍보대사단(100명)의 일원으로 보호가 시급한 생물자원의 중요성을 알리는 프로젝트를 수행중이다.
"처음 삵을 사진으로 봤을 때는 왠 고양이인가 싶었어요." 첫 눈에 정감이 갔다고 했다. 맹수 못잖은 위세를 떨쳤던 삵의 모습은 고양이보다 조금 큰(55~90cm) 몸집으로 악명(?)에 비해 너무나 귀여웠다고. 밤 하늘에 삵의 별자리가 있다는 사실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들은 지난 달 경기도 용인에서 열린 홍보대사 위촉행사에 다녀오자마자 '삵, 별을 쏘다'는 제목의 블로그(blog.naver.com/starshot2007)를 만들어 환경부와 환경단체에서 수집한 삵의 사진과 각종 자료, 삵이 도심에서 발견됐다는 신문기사까지 모조리 모아 올렸다. 이 블러그는 두 달 여만에 조회건수가 1만 여 건에 달할 정도로 인기 블로그가 됐다. 수진 양은 "얼마전 왜관초등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우리 블로그를 다녀가고 난 뒤 잘 봤다는 소감을 남겼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온라인 홍보만 한 것은 아니다. 학교 신문에 삵과 관련한 기사를 싣기도 하고, 교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등교하는 친구들을 향해 삵을 보호하자고 외치기도 했다. 예비 고3, 빡빡한 학교생활이지만 수업을 마친 후 4명이 머리를 맞대고 공부를 거듭한 결과 삵에 대해서는 박사가 다 됐다. 내년 1월말 제출할 연구 보고서도 차근차근 준비중이다.
이들은 "학창시절을 통틀어 가장 보람된 경험이었던 것 같다."며 "초등학교에서 수업요청이 오면 언제든지 달려갈 것"이라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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