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의 '시작'은 이미 '끝'을 끌어안고 있다. 시작이 없는 끝은 뿌리가 없는 나무와 같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고, 낮이 가면 어김없이 밤이 오게 돼 있다. 자연의 理致(이치)는 이처럼 오묘한 攝理(섭리)를 거느린다. 시작과 끝을 그렇게 만들고 지우고 만든다. 자연이 신비롭고 아름다우며 위대한 건 시작에서 끝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畏敬(외경)스러우며, 언제나 마무리가 경탄을 자아내게 마련이다.
○…든든한 기초와 같은 시작이 중요하지 않은 경우는 없다. 집을 지을 때 기초가 그 집의 미래를 거의 결정해버린다. 磐石(반석) 위의 집과 모래 위의 집은 하늘과 땅 차이다. 좋은 땅에 나무를 심는 건 좋은 시작을 뜻한다. 귤나무를 척박한 땅에 심으면 탱자를 맺고 만다. 人生(인생)도 마찬가지다. 시작이 끝을 위대하게 성취하는 데는 얼마나 성실하고 슬기로워야 하는지를 자연의 여러 현상들은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작보다 끝마무리를 잘 하는 智慧(지혜)가 더 중요하다. 끝마무리 지혜는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謙遜(겸손)'이 그중 가장 먼저 꼽히는 덕목이 아닐는지…. 겸손한 사람은 때를 알고 있으며, 자기의 한계를 분명하게 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제대로 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겸손하면 '해서는 안 될 일'을 알 뿐 아니라 그런 일을 절대로 하지 않는 법이다.
○…올해는 그야말로 어렵고 어지러운 한 해였다.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의 오만과 獨善(독선), 무능과 무책임 등으로 '어느 한 곳 성한 데가 없다'는 말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살기 힘들다'는 사람들의 아우성도 무성했다. 오죽하면 '구름만 빽빽하고 비는 안 온다'는 말이 膾炙(회자)됐을까.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겨울 속에는 봄의 씨앗이 이미 담겨 있지 않은가. 지금은 한 해의 끝이지만 새로운 한 해의 씨앗을 품고 있다. 탈도 많고 말도 많던 2006년도 이젠 딱 하루 남았다. 저물어가는 황혼녘에서 끝마무리를 잘 하는 지혜를 떠올리며, 겸손의 미덕을 생각해보자. 새해의 希望(희망)을 찾을 근거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기보다 새로운 문을 열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면서 새 달력을 걸 채비를 하자.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박근혜 저격한 정청래 "부끄러움 모르고 돌아다녀…뻔뻔"
"손한번 잡자" 가는곳마다 인파 휩쓸린 박근혜…결국 손목 감쌌다
대구 사전투표소 기표소서 '이미 투표된 용지' 발견…한때 항의 소동
李, 기표소 나와 투표용지 들고 "반만 찍혀도 괜찮나"…선관위 "문제 없어"
대구→PK→강원→서울?…박근혜 전 대통령 광폭 유세 행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