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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에서) 책 보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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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일삼아 책을 보는 나를 발견한다. 책 읽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면 좋겠지만 책을 본다는 것이 일의 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요즘은 눈이 즐거운 책, 장정이 돋보이는 책이 많아지고 있다.

"15년전에는 기업들이 가격을 두고 경쟁했고 지금은 품질 면에서 경쟁한다. 그러나 미래는 디자인 경쟁의 시대가 될 것이다."라고 했던 하버드대 밥 하예스 교수의 말처럼, 이미 디자인을 디자인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오늘날의 많은 작업들이 그렇겠지만 출판편집에 따르는 작업은 컴퓨터에 대한 의존도가 특별히 더 높은 편이다. 20세기의 후반 50년을 주도한 것이 컴퓨터이고, 점점 발달되어가는 프로그램 덕분에 책의 디자인적 완성도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나 그 발전이라는 것이 가끔씩은 반갑지만은 않을 때도 있다.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서체, 그래픽 기능, 일러스트레이터…. 고만고만 닮은 미모를 만난 듯한 느낌. 거기에다 닮은 기획들, 닮은 시각으로 접근한 책이 유행처럼 많아지는 서점가 풍경.

하루에 한 권씩 일 년을 꼬박 읽어도 못읽을 양의 책이 매일 쏟아지고 있지만 책방에 등장 한번 못해보고, 독자들의 눈길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많은 책의 정보를 일일이 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북디자인으로 내용까지 가늠하고 구매하는 경우, 그것이 적잖은 실망감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한 두번쯤 해 보았을 것이다.

이쯤되면 편집프로그램의 맹위를 자제시킬 필요가 있지 않을까.

책을 만드는 현업에 종사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출판편집 일이 소심증 환자처럼 조심스러워진다. 제한된 기획력, 창의력, 상상력에 발목 잡혀 허덕이며 늘 비슷한 무게의 편두통을 앓고 있는 작은 출판 현장에서 소망하는 바람은 무엇일까.

편집기획자가 제대로 된 기획을 하고, 디자이너가 디자인 정신을 실천하고, 그것들이 행복 바이러스처럼 독자들에게 다가갔으면 하는 것이다.

나윤희(출판편집디자인 홍익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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