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문명은 더불어 함께하는 생물과의 연관관계를 통하여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7세기, 세포의 구조에 대한 의구심으로 시작되었던 생물에 대한 연구가 현재에는 인간 유전체의 비밀을 밝히고 있으며, 분자 수준에서 생명현상을 설명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식량자원과 의약품 등의 효율적인 생산이 과거 생명산업의 목표였다면, 현재의 생명산업은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먼 미래의 생명산업은 무한한 우주로 진출하려는 인류의 꿈을 실현시키는데 큰 비중을 둘 것으로 생각된다.
생명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다. 그 여파로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벗어날 수 없는 가난에 직면한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나라 삼성그룹의 생산성이 세계 39위인 국가 GDP(국내총생산)와 비슷한 수준이며, 미국의 바이오벤처 회사인 앰젠(Amgen)이 삼성과 비슷한 외형임을 감안할 때, 생명산업이 주는 중요성이나 잠재력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바라보면, 어쩌면 우리는 생명산업이란 청사진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그 결실이 주는 달콤함에 빠져 있지는 않는가 하는 반문이 인다. 앰젠이라는 바이오벤처 회사 하나가 한해에 투자하는 연구비와 우리나라에서 신약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총 연구비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어쩌면 이것이 대한민국의 생명산업에 대한 현주소는 아닐까 싶어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한 기분마저 느낀다.
얼마 전에 화란 대사관의 초청을 받아 그곳에서 개최된 생명산업 학술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현재 선진국에서 수행하고 있는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연구와 미래의 방향에 대해 많은 것을 접하며, 돌아오는 날까지 그 충격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우리가 IT(Information Technology)를 바라보며 BT(Biotechnology)를 꿈꿀 때, 선진국에서는 이미 IT와 BT가 손잡고 힘찬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IBM이, 마이크로소프트나 오라클이, 모터롤라나 필립스가 BT의 가능성에 투자를 하며, 국가와 기업 그리고 대학이 더불어 미래를 개척하는 동안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과학적 독립운동에 열중하고 있지는 않았나 싶다.
첨단 생명산업이 희망찬 미래를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석학들 뿐 만 아니라 우리들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또한 생명산업은 야누스의 얼굴처럼 인류를 더욱 자유롭고 풍요로운 세상으로 이끌어가는 도구일 수도 있는 반면에 끝없는 암흑의 나락으로 빠트릴 수 있는 수단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에 대한 선택과 준비는 순전히 우리의 몫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자라나는 아이들을 명문대와 굴곡없는 삶이 보장되는 인기학과에 보내기 위해 공부라는 벽 속에 감금한 채, 그들의 꿈을 10 분 간의 짧은 생각으로 결정하지 말아야 한다.
또 성과에 급급하여 사상누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초없는 응용과학에 매달리지 말아야 하고, 논문을 위한 논문보다는 살아 숨쉬는 연구에 매진하도록 해야 하며, 과학자의 길은 험난하지만 그들로 인해 미래의 풍요로움이 보장받을 수 있다는 고마움을 가지고 과학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우리는 분명 생명산업의 밝은 미래와 더불어 그 찬란한 결실을 수확할 수 있으리라.
손성호(동양대 생명화학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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