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분규를 겪다 회사가 완전히 문닫아버린 포항 동방산업 사태 보도(본지 8일자 1면)가 나간 뒤 포항은 뒤숭숭했다. 특히 포항시청 쪽이 그랬다.
"부끄럽지만 잘 몰랐다. 보도내용이 사실이냐?"는 말은 한두 군데서 나온 게 아니다. 또 "사태 초기에는 몰랐고, 알았을 때는 늦었고, 지금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렸지 않느냐? 조용히 넘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말도 많았다.
더 나아가 "내일(9일) 큰 행사가 열리는데 이런 일(동방산업 보도)로 분위기를 잡쳐서야 되겠나? 제발 하루만 넘기자."고도 했다. 경제단체의 한 인사는 "결국 그렇게 됐구나!"라며 까맣게 잊고 지냈다고도 했다.
9일 포항에서는 일부 공무원들 말대로 '큰 일'이 하나 있긴 했다. 경남의 한 기업이 영일만항 배후단지에 50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짓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포항시와 체결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포항 투자가 무산된 와중이어서 지역으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연 매출 500억 원대의 알짜배기 기업이 노사 갈등으로 문 닫는 현실조차 모르고 넘어간 과실을 그냥 덮자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다. 마침 500억원짜리 신규투자 기업과 날려버린 500억 원대의 기업은 숫자에서 우연하게 맞아떨어진다. 억지로 넘어가겠다면, 그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노사정을 통틀어 지역의 정신자세가 이 정도라면 큰 꿈을 안고 새로 들어온 기업마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동방산업처럼 '희한한 꼴'을 당하지 말란 법도 없다.
건설노조 사태 당시에는 경쟁적으로 나섰던 지역 각계가 이번에는 왜 억지로 외면하고 있을까? 혹시 그 때 일부에서 나왔던 말처럼, 포스코에 대한 눈도장 찍기가 사실이었던 것일까?
당장 눈 앞의 결과에 집착해 허물을 덮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자세가 지금 포항에 필요하다. 그렇게만 되면, 기업하기에 좋은 풍토만 조성되면, 한 지역 국회의원의 말대로 "오지 말라고 해도 기업들이 제 발로 찾아 올"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박정출 제2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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