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다독이고 정 나누는 '훈훈한 설날'을

내일은 설. 열 몇 시간씩의 수고로움도 마다않고 선물 보따리를 챙겨들고 기쁜 얼굴로 귀향길에 나선 사람들의 모습에서 새삼 한국적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다.

分秒(분초)를 다투며 살아야 하는 세태, 조기퇴직'해고 등 무한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명절은 우리 삶의 '뿌리'를 찾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부모님과 형제자매, 친인척 등 반가운 혈육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만약 명절이 없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더 팍팍해질 것인가.

새해가 열린 지 두 달이 가깝지만 우리 한국인은 설 명절을 쇠야 진정한 새해가 시작되는 것으로 여긴다. 정성껏 차린 茶禮(차례)상으로 조상의 陰德(음덕)을 기리고, 가족친지 간에 정을 나누는 설날. 때문에 설은 즐겁고 유쾌하며 길이 추억에 남을 아름다운 시간이 돼야 한다.

하지만 명절의 이러한 美德(미덕)에도 불구, 오히려 명절에 서로간 갈등이 증폭되거나 충돌하여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은 골이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서울가정법원 발표 통계에 명절 전후 두 달 사이 '시댁 및 처가와의 갈등'을 이유로 이혼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는데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볼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가사부담이 큰 며느리들에게서 특히 심하게 나타나지만 남자들, 심지어 시부모까지도 명절 스트레스를 겪는다. 괜히 불안'초조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도 잘 안 된다. 전문의들은 이런 증세가 심해지면 우울증과 수면장애, 불안장애 등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서로가 처지를 바꿔 생각하는 易地思之(역지사지)의 지혜가 필요하다. 어른은 德談(덕담)으로써 칭찬하고 격려해주며, 자녀들은 웃어른들의 사랑에 대한 감사함과 恭敬心(공경심)을 다지는 자리로 만들어야겠다. 고부간과 동서간, 형제자매간에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다독여주면 얼굴 붉힐 일이 끼어들 틈이 없을 것이다.

나아가 주변 이웃들도 챙겨주는 설이 됐으면 한다. 가난한 홀몸노인, 차례상마저 차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설날에 더 외롭고 서러운 사람들에게 떡국 한 그릇이라도 나누는, 훈훈한 명절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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