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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즐기기-뭘 먹을까)입맛 돋우는 味 세계로 떠나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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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팔공산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꽃샘추위도 물러간 요즘 가벼운 산행이나 가족나들이에는 팔공산만한 곳이 없다. 동화사와 파계사 등 고찰을 둘러보기도 좋고 봄냄새 풍기는 팔공산 청정미나리도 한창이다. 주말 순환도로변에서는 산나물을 파는 아낙네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계곡 쪽에서는 새순이 돋아나는 나뭇가지들이 파릇파릇해졌다.

겨우내 까칠해진 입맛을 돋워야 할 시기다. 입맛당기는 음식이 금방 생각나지 않으면 식욕도 달아나기 십상이다. 닭백숙과 오리불고기 등이 지천으로 깔린 팔공산주변에서 괜찮은 식당찾기가 쉽지않다. 하긴 동화사와 파계사, 갓바위 쪽은 물론이고 기성삼거리 쪽 등을 합치면 식당수만 해도 200여 곳이 넘는다.

물론 팔공산 주변 식당의 밥맛이 평균 이상인 것은 사실이다. 까다로워진 대구시민들의 입맛에 맞추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팔공산을 갈 때는 괜찮은 식당 한두 곳이나 먹고 싶은 음식을 미리 생각해두고 가는 것이 좋다. 맛있는 식당의 첫째 조건은 된장과 간장은 물론 대부분의 반찬을 주인과 주방장이 직접 조리하고 최고의 재료를 쓴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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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해지는 봄날, 팔공산 드라이브와 더불어 곤드레밥과 연밥, 대나무밥 혹은 고등어찌개를 맛보고 분위기 좋은 찻집에서 차 한잔하는 여유를 가져보는 게 어떨까.

곤드레밥은 동명에서 송림사를 거쳐 팔공산순환도로로 오면서 만나는 원조황토오리집(054-976-1770)에서 맛볼 수 있다. 곤드레는 옛날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 강원도사람들에게 눈물없이는 먹지못했던 추억의 식물이다. 어린 잎과 줄기를 밥에 섞으면 양이 부풀려졌는데 이를 '곤드레밥'이라고 한다. 6월 백중을 전후해서 나는데 곤드레풀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술취한 사람과 비슷하다고 해서 '곤드레만드레'라는 말도 생겨나게 됐다.

윤영숙 씨의 곤드레밥은 돌솥에 곤드레를 듬뿍 넣은 영양밥을 해서 간장이나 막장을 넣고 비벼먹는다. 비타민은 물론 단백질까지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배고파 먹던 풀이 지금에 와서는 '웰빙음식'으로 각광받게 됐다. 1인분 1만 원이다.

주머니사정이 두둑하지 않다면 '김치 고등어찌개'를 권하고 싶다. 기성삼거리에서 한티재 쪽으로 가는 길 오른쪽에 바로 위치한 '전주밥상'(054-975-3313)에서는 김치 고등어찌개 한 가지만 내놓고 있다. 잘익은 김치와 고등어의 조화는 두 말할 필요없이 잃어버린 미각을 되찾게 해준다. 15년 동안 식당을 해 온 고향숙(50) 씨는 "요즘은 가격이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있고 품위 있어야 한다."며 "유산균이 듬뿍 든 고등어찌재 하나로 승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1인분 5천 원. 신선한 야채로 만든 각종 부침개도 3천 원이다.

전주밥상 건너편의 지리산산채한정식은 산채한정식과 사찰음식인 연밥한정식이 돋보인다. 지리산속 사찰에서 4년간 기거했다는 임은주(42) 씨의 이력이 만만치 않아서인지 내놓은 음식들이 예사롭지 않다. 지리산에서 직접 가져오는 산나물들은 담백하고 된장찌개 역시 절에서 하는 방식 그대로 만든다. 27가지 잡곡을 연잎에 싸서 내놓는 연밥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대나무밥도 팔공산 주변에서 인기있는 먹을거리 중의 하나다. 붐비지 않는 대통대나무밥한정식집(053-982-9270)에서는 팔공산 미나리 겉절이와 미나리전 등 봄내음을 함께 맡을 수 있다. 파계사검문소에서 동화사 쪽으로 5분여 달리면 오른쪽으로 신안사랑마을 바로 아래쪽에 있다. 대나무밥은 위장과 간장 등 장기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먹고 난 대나무통은 가져갈 수 있다. 대나무밥 7천 원, 대나무밥+갈치(된장)찌개 1만 원.

황토흙집에서 분위기와 맛을 동시에 즐기면서 고기를 구워먹겠다면 명산(053-982-1999)이 괜찮다. 명산타운에서 30여 년간 식육점을 해온 김창현(45) 씨가 고깃집을 연 만큼 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주방장은 '주먹시'를 추천한다. 경상도에서만 들을 수 있는 쇠고기 부위인 주먹시는 소 한 마리 잡아도 600~800g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귀하다. 다른 부위보다 육질이 부드럽고 진하다. 고기를 먹고 난 후에는 반드시 '우거지된장찌개'를 맛볼 것을 권한다. 주먹시 1인분(120g) 2만 원. 갈비살 1만 5천 원이다.

팔공산 자락에는 찻집도 곳곳에 숨어 있다. 그 중 약천다원과 아영다원 등이 사랑받는 전통찻집으로 꼽힌다. 박물관 분위기가 나는 약천다원에서는 이인숙(51) 씨로부터 다도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특히 봄기운이 완연한 나른한 오후에는 산중매화로 만든 매화차 한잔을 청해보자. 매화향기 그윽하게 피어오르는 찻잔을 바라보고 찻집 곳곳을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다도(茶道)란 차를 만들고 우려내고 마시며 대화하는 과정에서 마음과 몸을 수행하는 길잡이"란다. 약천다원(053-981-0023)은 파계사 인근 심천랜드 바로 옆에 있다. 아영다원(053-983-6672)은 봄비 내리는 날 가면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좋다.

그 밖에 동화사 주변에서는 대구시 향토음식점 1호인 산중한식당과 고려산장식당 등이 이름나 있다. 산중한식당은 리모델링 중이다.

글·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사진·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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