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정체성이랄까,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많은 슬로건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문화예술 중심도시'이다. 21세기 들어 전 세계의 모든 도시들이 추구하고 지향하는 것이 문화예술의 도시이다. 대구가 과연 문화예술 도시로서의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기는 한 것일까? 대구에는 도대체 어떤 문화예술적 전통과 역사가 있다는 말인가? 외지인뿐만 아니라, 대구시민 중 적잖은 사람들이 스스로 던져보는 물음표이다.
천재화가 이인성과 우리의 대표적 저항시인 이상화, 일제강점기 서민들의 애환을 대변한 소설가 현진건, 한국음악의 거목 현제명, 합창운동의 선구자 박태원, 한국 최초의 바리톤 김문보, 우리 동요와 가곡을 개척한 강신명···.
일일이 이름을 거론할 수 없을 만큼 숱한 대구출신 문화예술인들이 한국 근·현대 문화예술사를 이끌어 왔다는 사실을 대구시민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이다. 경성(서울)과 평양보다 피아노가 먼저 도입된 곳이 대구이고, 1910년대에 이미 성가대와 악대가 조직돼 활동하던 곳이 대구다. 한강 이남에서 최초의 음악과를 만든 대학이 바로 효성여자대학(현 대구가톨릭대학)이었다.
대구시민들의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각별하지 못한 것은 여기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 이 같은 자랑스런 문화예술적 역사와 전통에 대한 '몰이해'와 '무관심'은 무책임한 행정과 정책의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향토 문화예술 자료들이 유실되고 있으며, 증언을 해 줄 원로 문화예술인들은 하나 둘씩 세상을 달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종 문화예술 자료들을 수집, 보존, 정리하고 시민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는 대구시립예술아카이브즈를 설립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마땅히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문화예술 도시 대구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자부심을 되찾고 키우는 일은 시립예술아카이브즈를 세울 만한 막대한(?) 예산이 확보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을 만큼 시급하다.
문화도시 대구를 되찾는 사업은 수천만 원 정도의 예산이면 얼마든지 첫걸음부터 뗄 수 있다. 문제는 문화예술인들의 의지와 진정한 문화예술도시에 대한 대구시 및 지역 정치권의 인식 수준이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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