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시민들의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22일까지 대구 동구문화체육회관 전시실에서 '藝術(예술)과 醫術(의술) 사이'전을 열고 있는 조각가 오용환(50) 씨와 한기환(53) 계명의대 동산의료원 성형외과 교수의 한목소리이다. 이번 전시회의 수익금도 한 교수가 구순열(언청이) 수술 지원 기금으로 쓰기로 했다.
성형외과 의사인 한 교수의 작품은 언청이 수술을 많이 하면서 접하게 된 얼굴을 주제로 한 것들이다. 2005년 겨울 사고로 한동안 발을 못 쓰는 동안 배웠던 조각 기술을 전공과 접목시킨 작업물이다. 한 교수는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꼬집었다.
"나도 어릴 땐 역시 마찬가지였다."는 한 교수는 "장애인들과 자주 접하다 보니 그들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게 되더라."고 했다. 특히 언청이 수술은 한두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들까지 오랫동안 고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제적·정신적 고통으로 이혼하는 가정도 있고, 태아의 경우 낙태 수술로도 이어진다. 한 교수는 "미국에 있을 때 보니 기형 환자들도 일반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살더라."며 "그들에게 이상한 눈길을 주거나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 미국사회의 성숙함을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일갈했다.
오 씨가 한 교수에게 이런 전시회를 제안한 것도 개인적인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오 씨는 지체부자유 아동시설인 성보재활원에서 10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 주변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많이 보고 겪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시각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 성당에 다니는 가톨릭 신자인 것도 한몫을 했다.
"작업이 스스로를 위한 만족이기도 하지만, 주위에 나눔으로써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한다. 오 씨 또한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는 다가서기'를 역설한다. 두 사람의 인연은 한 교수의 사고로 시작됐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그냥 얇은 책 한 권을 읽고 나서 빚기 시작한 찰흙이 자꾸만 갈라져 고민하던 차에 오 씨를 소개받았던 것. "조각에 대한 기초 지식조차 없는 사람에게 찰흙에 물 뿌리기, 보관시 비닐 씌우기 등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표현대로라면 '작품이랄 것도 없는 작품들'이 하나둘씩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찰흙 빚기에서 그 다음의 모든 힘든 과정 또한 오 씨가 도와준 것은 물론이다. "그런 노력과 과정 끝에 '나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낼 전시회'를 덜컥 열게 되었습니다."
'편견'이라는 색안경을 벗어 던지고 더불어 살며 사랑을 실천하는 두 사람의 인연이 참으로 소중해 보인다. 환경 조형물을 주로 하던 오 씨가 실내에 맞게 조형화한 작품과, 인중(人中)에 대한 사회적 장치와 차이를 보여주는 한 교수의 작품이 '예술과 의술 사이'에서 공존하는 조각의 세계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011-536-3145.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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