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항소, 이젠 신중히 하세요"…되레 높은 형량 늘어

'벌금 깎아보자' 더 큰 처벌받아…대구고법 기각율도 60% 육박

'법원 판결에 불만이 있습니까. 하지만 '항소' 여부는 신중하게 생각해보세요.'

최근 항소심재판부의 기각률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원심 형량을 깎아주는 '선심성 양형'마저 사라지고 있기 때문. 특히 '1심 형량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2심 판결을 기대했다가 오히려 높은 형량을 선고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폭력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김모(35) 씨는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벌금을 깎아보자.'는 심정으로 항소했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 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 공무집행방해로 원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은 배모(43) 씨 역시 '1심 형량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기대했다가 오히려 '1심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판결에 따라 징역 4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자 신세가 돼버렸다.

이처럼 법원의 항소심 양형이 엄정해지고 있다.

19일 대구고법에 따르면 2월부터 두 달 동안 처리한 1천118건의 항소심 중 666건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려 기각률이 59.6%에 이르렀다. 이는 907건의 항소심 사건 중 447건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린 2006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3%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대구지법 항소심 역시 올 들어 62.8%의 기각률을 기록, 2006년(54%)에 비해 8.8%포인트가량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올 들어 1심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나 양형 등을 파기하고 새로 판단해 선고한 비율은 대구고법이 지난해(50.7%)에 비해 10.3%포인트 떨어진 40.4%, 대구지법이 지난해(46%)에 비해 8.8%포인트 떨어진 37.2%였다. 형량이 낮아진 경우는 크게 줄었고, 형량이 높아진 경우는 소폭 상승했다는 것이 법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구고법 김영준 판사는 "형량을 낮추거나 미결일 때 지내기가 더 편하다는 이유로 항소하는 피고인들이 많다."며 "그러나 법원이 재판부별 양형편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공판 중심주의 등으로 1심 재판이 충실해지고 있는 만큼 무분별한 항소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희기자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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