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날이지만 현실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시스템 부재가 여전하다. 이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일반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기업을 탄탄하게 키워내는 CEO들이 있다. 그들은 남들의 도움을 바라기보다는 직접 산업 현장의 '전사'로서 무한 경쟁 속을 헤쳐가고 있다.
대구테크노파크에 위치한 IT업체 (주)청백엔아이티. 지난해 매출 30억 원, 직원 45명, 올 1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선정 등이 말해주듯 그저 지역의 내실 있는 기업쯤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전중철(46) 대표를 만나면 사뭇 느낌이 달라진다. 전 대표는 다름 아닌 지체장애 3급 장애인. 세 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가늘어 걸을 때마다 절뚝거린다.
그가 사업에 뛰어든 것은 자의보다도 타의에 가깝다. 전 대표는 "당시 대학교를 나와도 장애라는 이유 때문에 취업벽이 높기만 했다."고 회상했다. 전 대표는 취업을 포기하고 회계사 공부에 20대를 바쳤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패를 맛보고 건축 설계를 하는 형들을 도와 도면 관리를 시작하게 된 것. 전 대표는 "전공이 경영학이라 어떤 사업도 자신 있었고 당시 건설 경기가 좋아 장사가 잘 된 편"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1995년 건축 도면에 일부만 틀려도 다시 그려야 하는 등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을 깨닫고 도면 스캔을 도입했다. 하지만 그는 건설 경기가 향후 하향세를 그릴 것으로 예상하고 공공기록물 전산화로 전환, 지금까지 전국의 웬만한 관공서마다 용역을 받으며 건실한 IT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전 대표는 그 와중에 신체적 장애는 큰 '장애'가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제가 장애가 있기 때문에 항상 '할 수 있다'는 자기 최면을 걸고 실력으로 고객을 설득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장애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표현을 의식하면 위축되고 자기 자신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는 것. 그는 "오히려 비즈니스를 하면서 타인으로부터 동정을 받고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체적 어려움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전 대표는 "1990년대 사업 초창기에 공사 현장을 다니면서 넘어지기도 하고 부축도 많이 받았다."며 "넘어질 때마다 손목을 짚어야 해서 아직도 손목이 좀 시큰거린다."고 토로했다. 나이가 들면서 서울 출장도 예전 같지 않다. 교통이 안 좋아 많이 걷다 보니 서울 갈 때마다 중노동이라는 것.
전 대표는 "장애인들이 일반인보다 정신력이 강한 반면 좌절도 그만큼 많이 온다."고 설명했다. 자신과 같은 장애기업인과 장애인들이 좌절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사회에서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나 자신감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것.
전 대표는 두 가지의 목표를 잡고 있다. 하나는 회사를 기록물 관리에 있어 국내 최고로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장애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것. 전 대표는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젠 다른 장애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며 돕고 싶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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