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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한나라당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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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재보궐선거를 지켜보면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맞붙었던 5년 전을 떠올리게 된다.

대통령 선거를 몇 달 앞둔 당시 기자는 몇몇 지인들과 술자리를 하고 있었다. 정치에 관심 있는 이들이 모였던 만큼 단연 화제는 대통령 선거였다.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한 분이 "대통령은 이회창 씨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끄집어냈다. 모두가 놀랐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맹렬하게 행동해온 진보의 표상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소위 '골수 反(반)한나라' 인사로 분류될 만한 이가 그런 얘기를 하니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근데 다음 말이 더 '걸작'이었다. "그래야 지역 국회의원들이 싹 물갈이 될 테니까." 대부분이 "맞다. 맞아."하며 무릎을 쳤다. 그 논리가 옳든 그르든, 대선과 지역 정치에 얽힌 연관 관계를 정확하게 집어낸 그 말에 모두 공감을 했다. 멀리 있는 '大惡(대악)'보다는 가까이 있는 '小惡(소악)'이 훨씬 더 싫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대선이 끝난 후 몇몇을 제외하고는 상당수 지역 의원들은 선거운동에 열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후일담이 쏟아졌다. 과거 지역민들의 투표 성향에 비추어 여당보다는 야당으로 계속 남아있는 것이 무사안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물론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져 나오면서 다소 과장됐을 수 있지만 그들의 행적을 돌아보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니었을 것이다.

16대 국회 시절이었던 만큼 지금보다 도덕적 잣대가 엄격하지 않았고 다소 느슨한 분위기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깃발만 꽂아놓으면 당선됐으니 지역현안과 의정활동을 뒷전으로 여기는 의원들이 많았다. 의원회관 주변에서 소위 '농땡이'로 꼽히는 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있었는데 상위 그룹에는 대구·경북 의원들이 여럿 포진해 있었다. 낮에는 골프장, 밤에는 고급술집을 전전하는 지역 의원들의 무용담(?)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TV에 자주 나오는 한 의원도 당당하게 상위 그룹에 올라있던 분이다.

과연 지금은 어떤가. 2004년 17대 총선을 거치면서 면면이 일부 바뀌었지만 예전 같은 '칙칙한' 분위기는 여전한 듯하다.

요즘 무능력한 의원, 잘못된 생활태도를 가진 의원, 줄서기를 즐기는 의원들이 왜 그리 눈에 많이 띄는지 모르겠다. 나름대로 국가와 지역을 위해 뛰어다니는 의원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한쪽에서는 고군분투하고 있는데도 다른 한쪽에서는 '나 몰라라'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지난해 공천권을 행사한 지방자치단체장 주변에서는 왜 그렇게 좋지 않은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골프와 술 대접, 혹은 돈 갖다준 사람을 공천했다거나 자격 없는 이를 내세워 섭정을 하고 있다거나 심지어 자신의 대리인이 자치단체를 좌지우지한다는 얘기까지 꼬리를 물고 있다. 진위가 어찌 됐든, 그런 말을 나오게 한 의원들의 책임도 절대 가볍지 않다.

이는 지역민의 눈을 피해 '그들만의 리그'에서 끼리끼리 천거하고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 아닐까. 정치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기술'이라고 했는데 지역에서는 그것과는 정반대의 길로 나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번에 터져나온 낙하산 공천, 후보 매수 같은 추문은 한나라당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좋지 않은 토양에서는 꽃을 제대로 피울 수 없다. 잡초만 무성해질 뿐이다.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이런 모양새라면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을까. 청산이나 혁신이란 말은 한나라당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 것인가.

대선이 치러질 올 연말까지 '부패한 보수'와 '무능한 진보'의 싸움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니 너무나 서글퍼진다.

박병선 기획탐사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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