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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캐리커처로 본 여성 풍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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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속의 역사\' 지은이인 에두아르트 푹스는 이 책에서 다양한 캐리커처를 이용해 당대의 여성의 풍속에 대해 통찰하고 있다.

캐리커처로 본 여성 풍속사/ 에두아르트 푹스 지음·전은경 옮김/ 미래M&B 펴냄

이 책의 지은이 에두아르트 푹스는 1909년 '풍속의 역사'를 발간하면서 세계 지성계의 주목을 받았다. 르네상스, 절대주의, 그리고 부르주아 시대를 각각 다룬 3권의 저서는 마르크스주의 분석법에 따라 역사를 인간의 구체적인 삶의 양식에서 서술했다. 미술사 연구가이기도 했던 푹스는 유럽의 풍속사를 담고 있는 방대한 미술 자료와 각 시대 생활상에 대한 다양한 문헌 자료를 제시해 그 시대의 다양한 성행동 양식을 풍부하고도 적나라하게 증명했다.

이후에도 인류의 문명사를 '인간 성행동의 역사'로 설명한 푹스의 '풍속의 역사'는 사회 철학의 역작으로 평가받으며 문명사 연구에 큰 지침서로 자리 잡았다. '여성 풍속사'는 이미 1906년에 첫 출간된 책이다. '풍속의 역사'에 앞선다. 이 책에서 푹스는 '풍속의 역사'에서 보여 주었던 강점을 이미 선보였다.

캐리커처의 시대적 상징성을 일찌감치 꿰뚫어 보고 이를 수집했던 푹스는 그 가운데 여성 문제를 다룬 다양한 캐리커처 500여 점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많은 문학작품과 시, 민요, 노래 등도 동원했음은 물론이다. 이는 사유재산에 기반을 둔 모든 사회질서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사회문제가 여성문제라는 전제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푹스는 16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 여성의 성과 결혼, 모드(유행, 패션)와 여성, 여성의 직업, 역사적인 여성 인물, 여성해방 운동 등 여성의 풍속과 사회상을 전반적으로 통찰하고 있다. "신이 천지를 창조할 때 유머 감각을 가장 많이 발휘한 작품은 여자"임에도 노동과 모드, 교육 등에 의해 여성의 육체와 정신이 기괴하고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위축됐다.

"육체적으로 정상이고 온전한 것을 아름답다고 말한다면, 백 명 가운데 다섯 명만이 아름답다."는 수준에까지 이른 이런 현상은 때로는 상징적으로, 때로는 그로테스크하게, 또 때로는 사실적으로 반영된 캐리커처를 통해 생생하게 드러난다. 오노레 도미에, 가바르니, 고야, 롤랜드슨, 레즈니체크, 빌레트, 기브슨 등 당대에 맹활약한 풍자화가들의 작품은 모두 "신이 창조한 원래 모습은 시대를 막론하고 기괴한 캐리커처로 쪼그라들고 말았다."는 원칙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주부와 하녀, 공장 노동자, 가수와 배우, 작가, 정치가, 여성해방 운동가 등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의 생활상도,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 풍자에 대한 내용도 실었다.

추천사를 쓴 강인순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푹스 자신도 남자인 관계로 남성 중심적인 관점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성에 대한 태도는 수동적이고 이 수동성을 자연스런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점, 소위 바지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으로 표현되고 있는 노처녀에 대한 생각과 여성들의 삶의 중요한 부분이 결혼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점"이라고 적었다.

푹스가 서론에서 "신이 천지를 창조할 때 유머 감각을 가장 많이 발휘한 작품은 여자이다."라고 말한 것과는 다분히 상반되는 부분이다. 여권(女權)에 대한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았던 시대 상황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를 갖는 것은 "여성 억압의 본질을 사회경제적 불평등 구조로 파악하고 있고, 여성해방은 사회의 경제적 기본구조의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는 점"이다.

여성해방 운동이 부작용을 불러 오거나 겉돌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캐리커처를 통해 여성이 억압받고 살아온 일상 생활사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커다란 매력이다. 748쪽. 3만 8천 원.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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