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는 버스를 타고 창밖을 내다보는 것보다 4륜구동 지프에 몸을 싣는 게 좋다. 시간 여유가 충분하다면 지프보다 땅을 밀면서 천천히 걸어보는 것이 좀 더 나은 방법이다. 울릉도를 완벽하게 눈에 담아올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비법은 다름 아닌 '느리게 걷기'인 것이다. 일주 자체에만 의의를 두고 차를 타고 왔다갔다 훑어보기만 하면 못 보고 지나쳐 버리는 것들이 많다.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면 섬과 얼굴을 맞대고 함께 호흡해야 한다.
이번 주 '어서오이소' 테마여행팀은 지난 3월에 이어 울릉도와 독도를 다시 한 번 찾아갔다. 궂은 날씨 때문에 독도에는 발을 디딜 수조차 없었다. 대신 울릉도는 내륙 곳곳을 꼼꼼하게 돌아볼 수 있었다. 장마기간이라 섬 곳곳에 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아 신비감은 한층 더했다. 알록달록 푸르렀던 봄의 울릉도도 매력적이지만 회색빛에 물들어 우수에 차있는 모습도 쉬이 잊지 못할 것이다.
단순히 울릉도 여행의 코스를 밟기보다는 천천히 거닐면서 볼 수 있는 것들. 울릉도에 온다면 한번쯤 발길을 멈추어 볼 가치가 있는 장소와 명물을 조금이나마 소개해 본다.
◆꼭 한번 거닐어 보자
봉래폭포와 삼림욕
봉래폭포는 저동항에서 2㎞ 정도 걸어 올라간 곳에 위치한 3단 폭포다. 시원한 삼나무가 가득한 삼림욕장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지쳐있던 심신이 다시 맑아지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울창한 숲 속의 오솔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에어컨보다 시원한 자연바람(연중 4℃ 유지)이 나오는 풍혈(風穴)이 눈에 들어온다. 울릉도의 옛 가옥 구조를 살린 너와집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내수전 전망대를 향한 트레킹 코스
울릉도 전체를 한 바퀴 도는 것은 대략 54㎞. 그 중 도로가 정비되어 차를 타고 일주할 수 있는 도로는 50㎞. 나머지 4㎞는 능선을 따라 트레킹을 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다. 과거 천부마을 주민들이 도동으로 넘어올 때 다니던 옛길이라 한다. 소요시간은 대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쉽고 평평하지만은 않지만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발 아래로 보이는 탁 트인 바다와 섬 전체의 전경을 보며 자연과 호흡해 보는 것은 울릉도 여행의 백미다.
행남해안산책로
도동항 좌측해안을 따라 이어져 자연동굴과 골짜기를 연결하는 다리 사이로 거닐어보는 기회다. 발 아래로 보이는 쪽빛바다와 시선을 어지럽히듯 날아오르는 갈매기들의 풍경은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게 아닌가 착각하게 만든다.
◆꼭 한번 찾아가 보자
자연 환경이 험난하다 보니 섬 내에는 4륜구동 지프가 택시 역할을 한다. 소규모로 여행을 왔다면 이 지프를 타고 다니며 현지 주민인 운전기사분들을 문화해설자로 생각해도 좋다. 울릉도는 신비의 땅이라 불리는 만큼 훼손되지 않은 빼어난 자연환경들이 넘친다. 바위 하나, 나무 한 그루에도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 설화가 많아 현지 주민과 함께 들러보면 여행의 재미가 배가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면 그야말로 산 교육의 장이 된다.
나리분지
울릉도는 독도, 제주도와 함께 3대 화산섬에 속한다. 제주도와 같이 낮은 경사의 현무암 대지는 발달하지 못했고, 해수면에서부터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있다.
험난한 산악지형으로 이루어진 울릉도 최고의 봉은 섬 중앙의 성인봉(984m)이다. 하지만 한라산처럼 산 정상에는 화구가 있는 게 아니라 그 북쪽 방향에 화구원인 나리분지가 형성돼 있다. 이 나리분지는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지다. 다른 화구에 물이 고여있는 것과 달리 나리분지는 물이 다 빠지고 대지만 남아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삼선암
기암절벽과 산봉우리가 운치 있는 울릉도에서 삼선암은 3대 비경 중 제1경으로 꼽힌다. 멀리서 보면 두 개로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3개로 돼 있다.
전설에 의하면 빼어난 경치에 반한 세 선녀가 이곳에서 자주 목욕을 하고 하늘로 올라가곤 했는데 한번은 놀이에 열중하다 돌아갈 시간을 놓쳐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그 자리에서 바위로 변했다고 한다. 바위 중 나란히 붙은 두 개의 바위에는 풀과 나무가 자라고 있으나 약간 떨어진 작은 바위 하나는 풀 한 포기도 자라지 않는다. 이 바위는 막내 선녀바위로 좀 더 놀다 가자고 졸라 선녀들이 모두 제시간을 놓쳐버렸기 때문에 막내에게는 옷도 입히지 않은 채 벌을 주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코끼리를 닮은 모양의 코끼리바위, 해안 절벽에서 어부들을 맞아주는 아기곰 바위, 남양리 마을 뒤편에 위치한 국수 가락처럼 갈라진 비파산(국수산), 거북이가 마을로 들어가는 듯한 형상을 한 거북바위 등 진귀한 형상을 한 자연의 모습이 방문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꼭 한번 먹어보자
당일바리 오징어
울릉도에 가면 집집마다 대문 앞이나 옥상에 철근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해변가에도 마찬가지로 죽 늘어서 있다. 오징어를 널어 말리는 덕장이다. 울릉도에서는 오징어를 바닷바람에 직접 노출시켜 말린다. 그렇게 말린 오징어가 맛도 좋고, 맑고 투명한 빛을 띤다고 한다. 울릉도 오징어는 대부분은 당일바리다. 출항해 잡은 오징어를 그날 바로 할복시켜 건조시킨다는 말이다. 울릉도 오징어가 명물이 될 수밖에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산마늘(명이 또는 맹이)
지리산, 오대산, 설악산의 고지대와 울릉도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로 타원형의 길쭉한 잎을 가지고 있다. '명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기원은 뭘까? 그 옛날 식량이 모자라 툭하면 굶주리던 시절,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사람들은 산에 올라가 눈을 헤치고 이 '명이'를 캐다 먹으며 끼니를 이어갔다고 한다. 생명을 이어갔다고 해서 '명이'라 불리게 된 것. 보들보들한 잎사귀의 명이 나물은 장을 튼튼히 할 뿐만 아니라 해독 등의 효능을 갖고 있는 웰빙 식품이다.
이 외에도 울릉도 지천에 깔려 있는 더덕, 전호, 부지깽이 나물, 참고비(울릉 고사리)등 온갖 종류의 나물도 맛보기를 권한다. 탈모 예방에 좋다는 홍합밥. 울릉도 해안가 바위에서 채취한 따개비(조개의 일종)밥 등도 울릉도에 오면 꼭 한번 맛봐야 할 음식들이다.
김희정기자 jjung@msnet.co.kr
♠ 경험자 Talk
김성우(53·서울시 서초구)
아직 도로가 뚫리지 않은 트레킹 코스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 길을 도로로 뚫기보다 트레킹 코스로 남겨두고 가족들이 함께 탈 수 있는 네발자전거 등을 비치해 두면 좋을 것 같다. 가는 곳마다 그곳에 얽힌 전설들이 재미있었다.
김정준(67·경기도 광양)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자연환경이 제대로 보존된 곳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굳이 해외여행만을 고집하지 말고 울릉도 같은 곳을 계속 발전시켜 해외여행객의 발길을 잡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이영호(67·서울 구로구)
경북 방문의 해에 운영하는 테마여행이라고 듣고 왔는데 울릉군에서 특별히 반겨준다는 느낌이 없어서 다소 서운한 감이 있다. 또 테마여행이라는 이름과 다르게 여행 코스는 지극히 단조로웠던 것 같다. 자연을 보존하면서도 좀 더 구미가 당기는 관광상품이 많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울릉군이 갖고 있는 장점을 더 키워 여러 가지 테마로 여행 코스를 짰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 주머니 Tip
숙박비 모텔 3만~5만 원
봉래폭포 관람비 1천200원(어른 기준)
홍합밥 1만 원
오징어 내장탕 7천 원
산채비빔밥 7천 원
오삼 불고기 1만 2천 원(1인분)
오징어 불고기 8천~1만 원 (1인분)
* 이번 주 여행코스 : 독도 해상관광-울릉도 저동-죽도-관음도-삼선암-천부-추산-사동-통구미-남양-구암-태하-천포-공암-울릉도 유람선 관광 혹은 독도 전망대 케이블카 선택관광-해안 산책로, 행남 등대 코스
* '어서오이소' 다음(7, 8일) 코스는 '세계문화유산 경주 남산과 전통무예체험'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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