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랏! 피가 멈추지 않네

정상적인 상태라면 코피나 외상에 의한 작은 상처의 경우 얼마간 출혈이 있다가도 환부를 눌러주거나 지혈노력을 하면 피가 멎게 된다. 그러나 지혈을 하는데도 피가 멈추지 않는다면 누구나 당황하기 마련이다. 이는 혈액의 여러 성분 중 지혈 시스템에 작용하는 어느 성분이 없거나 모자라기 때문이다.

주로 지혈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3가지 혈액 요소는 △혈관 △혈소판 △혈액응고인자이다.

일단 혈관이 외부의 자극에 의해 손상을 받으면 신경반응에 의해 혈관 수축이 일어나고 수분 이내에 혈소판이 혈관의 내벽에 붙어 1차 지혈마개가 만들어진다. 이 후 8~10분이 경과하면 추가로 혈액응고인자들이 활성화되면서 2차 지혈마개를 만들면서 비로소 출혈은 완전히 멈추게 된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한 가지 혹은 복합적인 이상이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생겼을 때 상처를 입으면 출혈이 쉽게 멈추지 않는 '출혈성 질환'을 의심하게 된다.

출혈성 질환은 주로 혈관염과 같은 혈관 질환, 혈소판의 수가 적거나 기능에 이상이 생긴 혈소판 질환, 혈액응고인자 질환으로 나뉜다.

이중 혈액응고인자는 번호로 명명되는데 로마식 숫자표기로 1번 인자부터 13번 인자까지 우리 몸에 존재한다. 이들 인자들 중 7번 인자처럼 부족하더라도 지혈에 문제가 없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족하면 지혈이 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질환이 혈우병으로 혈우병 A는 8번 인자 부족, 혈우병 B는 9번 인자 부족이 원인이다. 혈우병은 유전적 출혈 질환 중 가장 흔한 것으로 남아에게만 발생하며 빈도는 A형은 5천명 중 하나 꼴, B형은 3만명 중 하나 꼴로 나타난다.

이런 선천성 혈액응고인자 장애 이외 후천적으로 올 수 있는 지혈 장애는 비타민 K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비타민 K가 결핍되면 혈액응고인자 2, 7, 9, 10번의 활성도가 줄어든다.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K는 식물성에서 얻을 수 있는 비타민 K1과 장에서 혐기성 세균에 의해 만들어지는 비타민 K2가 있다.

음식물로부터 비타민 K를 얻기 위해서는 녹황색 체소를 익히지 않은 상태로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 K는 체내 저장량이 적지만 2~3개월 섭취하지 않아도 장내 혐기성 세균에 의해 합성되는 비타민 K2의 영향으로 임상적인 출혈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 비타민 K 섭취 부족을 인한 출혈은 수술 등을 이유로 장기간 입원할 경우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항생제 투여를 오랫동안 받았을 때 장내 세균이 죽으면서 나타날 수가 있다. 이때는 별도의 비타민 K를 주사하면 예방된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흔히 볼 수 있는 비타민 K 부족과 관련된 출혈성 질환은 미숙아, 담도폐쇄, 흡수장애증후군, 간질환, 와파린 사용 등이 있다.

신생아 시기 비타민 K의존 혈액응고인자는 성인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숙아가 나면 예방을 위해서라도 비타민 K를 주사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음식으로 섭취된 비타민 K를 효과적으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담즙과 췌장액이 필요한데 담도가 폐쇄되면 이를 체내로 공급할 수가 없게 된다. 또한 2, 7, 9, 10번 인자는 간에서 만들어지는데 만성간질환자는 이널 혈액응고인자가 부족해 혈소판 감소, 식도 정맥류 등에 의한 출혈이 잘 나타난다.

와파린은 혈전증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제로 이 약 성분이 비타민 K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출혈이 있더라도 보다 빨리 지혈을 하기위해서는 평소 녹황색 채소를 자주 먹거나 지나친 항생제 남용을 삼가야 함은 당연하다.

도움말·대구가톨릭대학병원 종양혈액내과 배성화 교수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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