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건설사 '악성 루머' 골머리

화성·태왕 등 몇백억 순익에도 매각·부도설 시달려

대구의 한 건설사 대표는 얼마 전 은행 간부로부터 급한 전화를 받았다. '자금난으로 화의를 신청한다는 정보가 있는데 사실이냐'는 것.

이 건설사 대표는 "직원 월급을 한번도 미룬 적 없고 하도급 대금도 꼬박꼬박 지급하고 있는데 은행에서 이런 전화를 받고 보니 정말로 황당했다."며 "가뜩이나 건설 경기가 침체돼 있는데 흉흉한 소문까지 돌고 있어 또 다른 피해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건설사들이 근거 없는 '부도설'과 '매각' 관련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올 초 한두 개 업체를 대상으로 나돌기 시작한 소문이 지난 6월 '신일' 부도 이후 대상이 확대되면서 지역 건설사들은 대부분 이러한 '악성 루머'에 고민하고 있는 것.

지역 대표 건설사인 화성산업은 최근 들어 심심찮게 떠도는 '위기설'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 3천433억 원에 순이익 201억 원을 기록했고 신용도 또한 전국 건설사 중 1% 내에 속하는 트리플 A 등급이지만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문과 함께 급기야 매각설까지 퍼지고 있는 때문이다.

도훈찬 주택본부장은 "화성은 유통부문이 있어 1군 건설사 중에서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곳으로 꼽히며, 상반기 건설 부문 실적도 전국 49위 내에 들었다."며 "이달에는 서울 지역 1군 업체들과 경쟁을 해 매출 5천억 원에 달하는 신일 부도 사업장 2곳을 인수했는데 금융권에서 자금에 문제가 있다면 지급 보증을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화성은 주택 경기의 장기 침체에 대비해 올 초 서울 시내의 장교 빌딩을 매각, 현금 보유액을 늘리는 등의 3년간 자금 운용 계획을 미리 짜놓은 상태다.

태왕은 부도설과 골프장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부도설에 이어 최근에는 자금난으로 올 초 개장한 청도 '그레이스 골프장'을 내놓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매각 의사를 묻는 인수사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

권성기 회장은 "2000년 이후 대구에서만 10여 개가 넘는 단지를 분양해 모두 성공했고 아직도 대구에서 입주 후 미분양 단지는 한곳도 없다."며 "지난해 매출 2천500억 원에 100억 원을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고 공사비 PF 자금을 빼고나면 회사 부채도 없어 회사 자금 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골프장은 미상환 부채가 있지만 내장객이 많아 현금 수입으로 금융권 이자를 주고도 남는다."며 "한차례도 매각을 생각한 적이 없는데 인수 기업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을 보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소문을 퍼뜨리는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업체를 가리지 않고 떠도는 이 같은 악성 소문들이 직원들의 사기는 물론 회사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것.

건설협회 관계자는 "특히 대구 지역에서는 IMF로 건설사의 도미노 부도를 경험한 적이 있어 분양을 해야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악성 루머'가 가장 치명적"이라며 "지역 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어려운 시기를 넘기면서 생존해온 경험이 있어 자금 운용면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위기설이 떠돌아 회원사들이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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