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크로스 드레서

세상에는 별난 취미를 가진 사람들도 많다. 연전에 인터넷에서는 표범을 유난히 좋아하는 한 남자가 화제가 됐다. 스코틀랜드의 퇴역 군인 출신인 이 70대 남자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몸에 표범 무늬 문신에다 날카로운 송곳니까지 심은 채 숲속 오두막집에 살면서 표범처럼 나무타기를 즐기며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다. 평생을 멀쩡한 군인으로 지냈던 그가 난데없이 표범 흉내를 내며 살고 있는 이유는 그 자신 고독한 표범의 삶을 동경하기 때문이라는 것.

로버트 프로스트의 저 유명한 시 '가지 않은 길'처럼 사람에겐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심리는 때로 표범 흉내를 내며 사는 남자처럼 유별난 취미로 행동화되기도 한다. '크로스 드레싱(Cross Dressing)'도 그런 유형이 아닐까. 평소 입어볼 수 없는 이성의 복장에 대한 호기심이 특별한 기회에 남자의 女裝(여장) 취미, 여자의 男裝(남장) 취미로 나타난다.

서구 사회에는 오래전부터 이 같은 '크로스 드레서(Cross Dresser)'들이 적지 않았다. 옷차림은 물론 헤어스타일, 화장까지 완벽하게 다른 성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性的(성적) 정체성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 대다수는 단순한 이성 복장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다. 미국 CIA의 한 관련 보고서에도 크로스 드레서 대다수는 남성이고, 異性愛者(이성애자)며, 학력과 사회적 지위도 높은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 성적 정체성을 다르게 인식하는 트랜스젠더나 게이들과는 뚜렷이 구별된다.

어쨌든 미국과 일본 등에는 크로스 드레서 전용 옷과 액세서리, 화장도구 판매 오프라인 매장까지 있을 정도이다. 스커트 차림에 짙은 화장을 한 남자들이 일시적으로 여자가 된 자신을 보며 남자로서 겪는 온갖 스트레스를 훌훌 날려버리고 자유로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부인의 이해 아래 맘껏 취미 생활을 즐기는 남편들도 적지 않다는 것.

최근 우리 사회에도 여장차림을 즐기는 크로스 드레서들이 꽤 늘고 있다 한다. 그런 모임도 있고, 인터넷 카페엔 회원 수가 2만 명이 넘는다 한다. 主夫(주부) 증가세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도식적인 남녀의 벽을 허무는 또 하나의 신호다. 정말 세상이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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