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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의 교육프리즘] 징크스와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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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3 아버지가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전날 아내에게 다음날 아침에 미역국을 내놓으라고 부탁했다. 이튿날 아침 식탁에 앉은 고3 딸에게 다소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아버지가 말했다. '오늘 미역국 먹고 가서 시험 한 번 쳐 보렴. 미역처럼 매끌매끌하게 문제가 잘 풀릴 것이다.' 느닷없이 전개된 상황과 엉뚱한 말에 어리둥절하며 숟가락을 드는 아이에게 조금 전과는 달리 단호한 어조로 아버지가 덧붙였다. '우리는 왜 고3 수험생이 있으면 일 년 내내 미역국을 끓이지 않는가? 왜 시험 전날은 머리를 감지 않고 속옷도 갈아입지 않는가? 미역국이 정말로 실력 발휘를 못하게 하는지 너 스스로 오늘 확인해 보거라.'

징크스(jinx)는 그리스에서 마술에 쓰던 새 이름에서 유래된 단어다. 불길한 일, 불운을 가져오는 재수없는 것 등을 지칭하거나, 운동 경기나 시험 등에서 으레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 악운을 의미한다. 기수(騎手)나 기사(棋士)와 같은 직업적인 승부사들 사이에는 온갖 종류의 징크스가 유행한다. 징크스란 일종의 미신이며 인과관계보다는 우연이 낳은 결과에 비과학적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는 자신감 결여의 한 모습이다. 징크스란 심약한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자기 함정이다.

수능시험을 목전에 두고 갖가지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벌써부터 찰떡과 엿 등 수능 관련 상품들이 진열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에서는 '수능 대박'이란 용어가 '최선을 다하자, 뿌린 대로 거둔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과 같은 고전적인 격려 구호들을 밀어내고 있다. 전국의 사찰과 교회에는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학부모들로 붐빈다. 어떤 어머니는 하루 2천 번씩 절하다가 허리를 다쳐 입원하는 일도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사행성 오락과 도박의 번창과 더불어 널리 회자되기 시작한 '대박'이란 말이 이제는 입시판에도 자연스럽게 적용되고 있다. 수능시험조차도 일종의 도박이라는 생각을 별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곳에서는 갖가지 금기와 징크스가 난무할 수밖에 없다.

미역국을 먹고 간 아이는 그날 평소보다 시험을 잘 쳤다. 시험 성적은 자신의 실력과 매 시간마다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자세로 문제풀이에만 몰두했다는 것이다. 9월 평가원 시험 때도 미역국을 먹고 갔다. 외적인 상황이나 기분이 시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11월 실제 수능을 치는 날도 아이는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미역국을 먹고 미역국을 담은 도시락을 가지고 고사장에 들어갔다. 평소 실력을 그대로 발휘할 수 있었고, 그해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다. 수능시험에서 대박은 없다. 징크스 때문에 시험을 망치는 일도 없다. 뿌린 대로 거둘 뿐이다. 모든 것이 자신의 태도에 달렸다는 마음가짐과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이 수능 성패를 좌우한다.

윤일현(교육평론가, 송원교육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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