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남편의 잦은 구타를 피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대구에 온 A씨(37·여)는 평일에는 대형소매점 점원으로, 주말에는 식당종업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들 B군(7)을 평일에는 유치원 종일반에 맡기지만 주말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A씨에게 아이돌보미 지원사업이 한 줄기 빛으로 다가왔다. 아이돌보미 C씨(59·여)가 집에 와서 아이를 돌봐주면서 주말에도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동안 아들을 돌봐주는 C씨가 받는 돈은 7만 2천 원(시간당 6천 원). 그러나 A씨가 부담하는 돈은 단 2천 원뿐이다. 7만 원은 국가에서 보조해준다. 그러나 이들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 아이돌보미 지원사업에 책정된 사업비가 바닥나버린 것. 때문에 현재는 C씨가 고육지책으로 왕복차비만 받고 무급 자원봉사 형식으로 B군을 봐주고 있는 형편이다.
복지 서비스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다는 취지로 시작된 아이돌보미 지원사업이 사업비 부족 및 행정기관의 무관심으로 파행 운영되고 있다. 양육자 질병, 집안 행사, 야근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자녀를 외부에 맡겨야 하는 가정을 위해 건강가정지원센터가 4월부터 아이돌보미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사업비가 바닥나 아이돌보미가 절실한 가정뿐 아니라 아이돌보미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실제 대구의 경우 달서구건강가정지원센터가 유일하게 아이돌보미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사업비 부족으로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회원 250명에게 지난 6개월간 2천여 차례에 걸쳐 아이돌보미를 파견했지만 아이돌보미 51명이 월급을 제대로 받은 것은 두 달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의 한 달 평균 임금은 50만~60만 원선이지만 지금은 거의 자원봉사가 되고 말았다.
올해 달서구건강가정지원센터는 여성가족부(70%), 대구시(15%), 달서구청(15%)으로부터 전체 사업비로 총 1억 400만 원을 받았지만, 턱없이 부족해 나머지 두 달은 아이돌보미들의 자원봉사에 의존해야 할 형편이다. 게다가 현재 장애인부모회가 맡고 있는 장애아동 돌보미사업도 내년부터는 건강가정지원센터가 함께 맡게 됐지만 내년도 사업비는 고작 3천여만 원이 늘어난 1억 3천800만 원뿐이다.
이와 관련,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수요예측이 잘못돼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는 결국 정부 시책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라도 발빠른 대처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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