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와 5세 된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P씨(33·여·동구 신암동)는 시커멓게 타버린 안방의 장판을 볼 때마다 아찔하다 못해 밤잠을 설칠 정도다. 11일 오전 5시 40분쯤 전기장판에서 불이 나 이불과 안방 장판까지 모두 태워버렸기 때문. 박 씨는 "발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어 깨어보니 전기 장판 콘센트에서 난 불이 이불에 옮겨붙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잠든 사이 난 불로 가족의 생명에 위협을 느꼈던 P씨는 업체에 항의 전화를 했지만 사과는커녕 화만 더욱 치밀게 했다. 전화만 하면 '기다려라' '전화해 주겠다'고 반복하다 4일 만에 업체 관계자가 찾아오긴 했지만 '전선을 꺾어서 사용해 일어난 화재로 소비자 과실'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는 것. P씨는 "미안하다는 사과는 고사하고 무조건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했다."며 "수차례 전화해 접수했지만 번번이 '어떻게 작동이 안되냐' '사진 찍어보내라' 등 무성의한 태도와 '전기장판과 이불은 교환해 주겠다' 등 약올리는 듯한 대응에 울화통이 치밀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전기 장판이나 온풍기 등 전열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전기 합선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거나 부품 고장으로 제품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등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것. 그러나 정작 판매 업체는 '소비자 책임'만 강조한 채 피해 보상을 미루고 있다.
지난해 TV 홈쇼핑에서 20만 원 상당의 더블 금매트(옥매트에 금을 씌운 제품)를 구입한 B씨(52·여·달서구 본리동)는 또다시 추위가 찾아왔지만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제품을 구입한 지 4개월 만에 한쪽 매트에서 온기가 느껴지지 않아 수리를 요구했지만 업체 측에서 부품이 없다며 수리를 미루고 있기 때문. 이에 B씨는 업체의 인터넷 사이트에 제품 결함에 관한 글을 올려 또다시 피해 보상을 요구했지만 업체 측은 B씨의 글을 삭제하고 전화를 통해 "자부담 수리비가 5만 원이니 수리를 원하면 제품을 보내라."는 말만 전해왔다는 것.
실제 한국소비자 연맹 등 소비자 관련 단체 조사에 따르면 전열기 관련 소비자 신고 건수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2005년 45건이던 대구·경북 전열기 신고 건수는 지난해 88건으로 크게 늘었다. 더욱이 지난해엔 전기 장판 등 매트 관련 신고만 54건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문제는 피해 보상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 제품 보증 기간이 1년으로 짧은데다 고장이나 화재의 원인이 사용자 과실이 아닌 '제품 결함'에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
박수진 한국소비자연맹 대구·경북상담센터 팀장은 "전열기 제품은 유난히 과장 광고가 많은 만큼 보증 기간이나 전기 차단 기능 등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며 "제품 불량으로 화재 등 큰 손해를 입었을 경우엔 보증기간이 지나도 중재를 통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고발센터나 상담센터를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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