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이야기)새 식구가 된 떠돌이 쾌남이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쾌남이가 우리 식구가 된 것은 몇 달 전쯤의 일이다.

치와와 몇 교배종의 잡종인 쾌남이와 첫 대면 순간. '아! 세상에 저렇게도 못생긴 놈도 있구나.' 한쪽 귀만 쫑긋하고 톡 발가진 눈은 동네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 팽개쳐 버린 유리 구슬처럼 퉁명스럽다. 그 녀석은 첫날부터 경거망동했다. 거실이며 안방이며 종종걸음으로 쏘다닌다.

밥상을 펴면 그곳에다 지저분한 코를 실룩거리며 접근해 두발을 올려놓는다. 조그만 놈이 먹기는 옹차게 먹는다. 뱃속에는 밥통밖에 없는 것 같았다. 뒤뚱거리며 자리를 떠나는 모습 또한 볼 만했다. 그리고는 햇빛 찐한 양지쪽 잔디밭에 휴식을 취하여 소화를 다 시키고 나면 영락없이 현관 앞으로 가서 실례를 하곤 했다.

그날도 쾌남이는 내게 일방적으로 폭력을 당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아내가 아내답지 않게 폭력을 중단시키려는 것이었다. 아내는 그 녀석을 싫어했다. 자식 하나 더 키우는 수고가 든다느니 개 밥그릇까지 설거지해야 한다느니 불평이 많았다. 그런데 그날따라 아내는 쾌남이를 많이 사랑해 주자는 것이었다. 쾌남이의 지나온 과거를 듣고 보니 불쌍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녀석이 우리식구가 된 것은 길고 긴 고통의 연속이었다.

우리는 그 녀석의 다섯 번째 주인이 된 셈이다. 첫째 둘째 셋째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로, 어쨌든 더 이상 키울 수 없어, 추측건대 아무데나 실례하는 것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네 번째 주인이 봉달 아저씨였다. 그때 그 녀석의 이름은 쾌남이가 아니고 땡칠이었다. 그러나 봉달이 아저씨 집에도 오래 살 수가 없었다. 집 주인이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제집 없이 남의 집에 세 들어 살며 이런 저런 눈치 보며 사는데, 그 녀석 때문에 곤란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결국 집 없고 서러움을 한 몸에 지닌 채 정든 네 번째 주인집을 떠나야 했다.

그녀석이 우리 집에 오면서 나는 쾌남이라고 이름을 건사하게 지어 주었다. 매일 목욕을 시키고 밥상머리에 앉아 밥을 먹게 했다. 못 먹는 게 없었다. 김치도 과일도 잘 먹고 애교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퇴근하고 오면 바짓가랑이를 물고 뺑뺑이를 돌고, 앉으면 냉큼 무릎 위에 올라앉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마구잡이 실례를 하는 버릇이 있었으나 사랑으로 감싸고 보살피고 했더니 실례도 할 곳을 찾아서 하고 오줌이 마려우면 창문을 발로 두드리기까지 했다.

이렇듯 우리 주위에는 집없는 설움을 당하는 인간 쾌남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랑이 쾌남이를 변하게 했듯이 힘없는 이들을 조금만이라도 배려해 준다면 그들에게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연우(대구시 남구 대명8동)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서 귀국하자마자 청와대에서 부동산·주식 시장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국민 눈높이 맞춤형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대구의 상가 1층 공실률이 급증하고 있으며, 2분기에는 10.2%로 전국 평균을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
경북 포항에서 해병대 20대 부사관이 총기 사고로 숨진 채 발견되었고, 군 당국은 총기 관리의 허점을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구와 경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과의 엔화 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을 '우정의 신호'로 설명하며, 일본과의 공동 개입이 28년 만에 이루어..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