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심상찮은 금융시장의 亂氣流

금융시장 불안이 심상찮다. 최근 장'단기 금리 폭등세가 이어지면서 채권시장이 공황 상태에 빠지자, 한국은행은 시장 안정을 위해 1조 5천억 원어치의 국고채를 사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금리 급등을 막지 못했다. '강 건너 불'이었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발등의 불'이 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도 난기류가 형성된 것이다.

최근의 채권금리 급등은 수급 불안정에 금융파생상품을 매개로 한 외국인들의 투기, 글로벌 신용경색 사태가 겹쳐 발생했다. 국내 은행들은 예금이 펀드로 몰리자 대출자금 조달을 위해 양도성 예금증서(CD)와 은행채 발행을 늘렸고 이로 인한 단기 CD금리 상승은 국고채 중장기물의 금리 상승을 견인했다. 이와 더불어 단기외채 급증을 우려한 한국은행이 시중 은행의 신규 외화차입에 제동을 걸면서 외환시장에서 달러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다행히 어제 채권값은 앞선 이틀간의 대혼란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여전히 약보합권에 머물면서 수급 불안정에 따른 약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경부는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자, 어떤 경우에도 시장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다짐만으로 충분치 않다. 은행의 자금난과 달러화 유동성 부족 등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금융시장 안정은 힘들다.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시장으로 확산될 경우 손쓸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게 된다.

시중 은행들이 CD와 은행채 발행을 통해 계속 자금을 조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돈 가뭄으로 은행들이 여신 회수에 나서면 자금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특히 매년 초봄 '현금 기근'을 겪어온 중소 건설업체들이 걱정이다. 주택건설경기 부진과 맞물려 자금난에 봉착한 중소 건설사들이 은행들의 여신 회수 대상이 될 경우 '倒産(도산)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관련 대출이 많은 저축은행의 부실로 확산될 수도 있다.

은행들이 대출 회수와 여신 축소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출 회수에 나서는 순간 모든 은행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최악의 상황에 늘 대비하는 게 정부의 책무다. 새 정부의 과제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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