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 중앙선 길은 온통 추위만 남아
치악을 넘을 때쯤 인적도 수척해지고
칠흑의 어둠 속으로 눈발만 자욱했다.
서울을 이기지 못해 돌아선 천리 먼 길
막소주 한잔에 가려 분함도 흐트러지고
숨죽여 우는 산야만 차창을 따라왔다.
간지를 살펴본즉 신유년은 1981년입니다. 처음 이 작품을 읽고는 찬물이라도 한 바가지 뒤집어쓴 듯한 느낌을 가졌던 기억이 새롭군요. 시인의 거처가 안동이고 보니 서울 길은 자연 중앙선으로 이어졌을 테지요.
'치악을 넘을 때쯤 인적도 수척해지고'는 읽을 적마다 이마가 선득해집니다. ㄱ받침이 겹치면서 읽는 이의 눈자위에도 성에가 낍니다. 온통 추위만 남은 차창도 차창이지만, 칠흑의 어둠을 할퀴며 몰아치는 눈발은 또 어인 눈발입니까. 갈수록 엄혹한 세상, 숨죽여 우는 산야만 줄곧 차창을 따라오던 그 해 겨울의 이야깁니다.
다분히 정치적인 삶의 풍경이 지배하는 서울. 분하지만 천 리 밤길을 꺾어 돌아설 수밖에 없는 것도 그런 서울이 겨운 까닭이지요. 덜컹거리는 의식의 행간에 막소주 병들도 사뭇 지쳐 쓰러진 그 해, '신유년 겨울'.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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