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스타토크]배우 김애경

같은 대사라도 자신의 색깔로 승화

탤런트 김애경을 한마디로 얘기 할 수 없다. 그의 연기스타일에 붙는 수식어는 너무나 많다. 그만큼 그의 감칠맛 나는 연기는 복제될 수 없는 그만의 진품이다. 당대 최고의 드라마였던 서울뚝배기에서 그가 맡았던 역할은 윤 마담. "실례합니다. 호호호~" 간드러진 이 대사 한마디는 전국에 김애경 유행어 열풍을 만들었다.

김애경은 방송에서도 공개된 적이 있는 남자 친구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를 만나면서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게 됐다고 아직도 앳된 소녀처럼 수줍은 고백을 해오는 사람이 김애경이다. "사람이 믿음을 갖고 산다는 게 어렵잖아요. 다들 기적 같다고 말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얼마나 순수하고 유머감각이 뛰어난데요. 오늘도 집에 와서 하수구 뻥 뚫어주고 갔어요. 호호호" 남자친구 이야기에만 30분이 흘렀다.

그의 타고난 재능은 어린시절로 돌아간다. 교회의 강단이 무대였고, 어머니의 옷이 무대의상이 되어주었다. 콩쥐팥쥐, 신데렐라 등 어릴 적부터 연극으로 안 해본 명작동화가 없을 정도다. "어릴 적부터 끼가 남달랐어요. 엄마 옷으로 면사포를 만들어서 신데렐라 공연도 했지. 아휴 그런 용기가 어릴 때 어디에 있었는지 몰라."

본격적은 연기자로의 운명은 동덕여대 국문화 1학년 시절 친한 친구 세 명이 함께 탤런트 시험을 보면서 시작됐다. 탤런트가 되고나서 그가 맡은 배역은 대사 몇마디로 끝나는 단역들 뿐. 하지만 이때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연극과 인연을 맺으면서 시대를 초월하는 감칠맛나는 연기스타일을 구축하게 됐다고.

"어깨만 툭쳐도 깜짝 놀랄 정도로 스스로 쑥맥이었던 내가 연극을 통해서 인생을 알고 배우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왜 연기를 해야 하는지 깨달았죠."

그는 스승인 연극교육자 동랑 유치진 선생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날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변화시켜 주신 분이예요. 그분의 가르침이 평생 배우로 살아가는데 정신이 되고 있죠. 정말 미친 듯이 무대를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배우가 돼 있더라고요."

그의 연극무대에서의 탄탄한 연기실력이 쌓이자 방송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졌다. KBS로 스카우트되면서 맡은 첫 역할이 '서울뚝배기'에 '윤마담' 역할이었다고. 원래는 극을 이끌어 가는 비중 있는 역할이 아니었지만, 그는 새로운 스타일의 등장인물을 창조해냈다. "원래는 한 3회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 역할이었어요. 대사도 짧았고." 그는 이 말을 꺼내면서 "울화가 치밀었다"는 표현을 썼다. 배우한테 배역 욕심은 당연하다. "대본을 받고 하루 종일 연습했어요. 같은 대사라도 다르게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이었지. 아무나 할 수 없는 등장인물로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 코맹맹소리를 넣고서 '어서오시오~. 반갑습니다.' 수백번을 되풀이 하다 결국 만들어 낸 것이 '실례합니다아아앙~'이 나온 거예요."

이 한마디가 전국을 강타한 유행어가 되고 드라마에서는 빠질 수 없는 역할이 돼 주었다. 이때 생긴 말이 '주연보다 더 빛나는 조연'이라는 말이다.

"매일신문 독자 여러분 즐거운 성탄절 되시구요, 행복하세요. 실례했습니당~.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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