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국근의 風따라 水따라]전순이 좋으면 부자난다

고 이병철 회장 생가(生家)공개. 얼마 전 관심을 끌었던 신문기사 제목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의 창업주이기에 기사거리가 됐을 터이다. 사실 풍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치고 경남 의령에 있는 이 고택을 둘러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게다. 재벌이라는 그 한가지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끌 수 있는 사안이니 말이다. 그 집 주위 산세는 어떠한지, 주산 형태는 또 어떤지, 주택의 구조는 어떻게 배치됐는지…. 사실'부자'소리 듣는 사람들의 생가나 조상의 묘소 주변엔 유난히 노적가리 같은 부봉(富峯)이 많다. 아니면 주산(主山)자체가 이런 형태이거나 주위의 물이 돈이 따르는 형태를 띤다.

전순(氈脣)은 묘소 앞의 두둑한 부분이다. 혈판이 결성되고 남은 기운이 모여 있는 곳이다. 묘지에 응축된 지기(地氣), 혈판의 기운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한다. 그 앞에 돌멩이가 박혀 있기도 하다. 따라서 전순은 진혈(眞穴)의 중요한 증거가 된다. 큰 것을 전이라 하고, 작은 것을 순이라 한다. 큰 것은 방석의 모양처럼 둥그스름하게 나타나고, 작은 것은 새의 부리처럼 삼각형의 형태로 나타난다.

전순의 기운은 재물을 만든다. 전순이 힘 있게 뭉쳐있으면 큰 부자가 나고, 작게나마 있으면 먹고 사는 데는 이상이 없다고 본다. 돈이 많은 이들의 선친이나 조부 묘소를 답산(踏山)하다 보면 대부분 이 전순이 발달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도로가에서 보이는 축대위의 묘소는 대개 이 전순이 없다. 급경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묘소엔 재물 복이 없다.

어떤 묘소는 이 전순이 너무 길게 뻗어, 한 여름날 개의 혀처럼 축 쳐진 느낌이 드는 곳도 있다. 지기가 새어나가 진혈이 형성되지 못한 곳이다. 이런 곳에다 시신을 모시면 돈은 고사하고, 형제간의 불화에 고향 떠나 걸식할 팔자라 했다.

전순은 두터울수록 좋다. 그만큼 힘이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곳에 골이 패이거나 무너지면 재산상 손해가 미친다. 특히 묘 앞이 솟아오른 경우는 최악으로 본다. 크게는 역적이 나고, 작게는 불효자가 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순은 또한 막내를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전순이 부실한 묘소는 장남보다 막내 쪽이 안 풀린 확률이 높다. 예컨대 묘소 앞이 낭떠러지라면 자동차사고의 위험이 높다고 보는데 그 대상이 장남보다는 막내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반대로 입수(入首)는 장남를 의미한다. 묘 뒤의 도톰한 부분인 이 입수는 산을 타고 온 기가 마지막으로 혈을 향해 들어가는 입구다. 이 입수부분이 두툼하니 힘이 있다면 장남이 출세하는 묘가 된다. 하지만 묘 뒤가 꺼졌다면 명당이라도 장남에겐 다소 불리하다.

이 입수부분에 보기 좋게 박힌 바위가 있다면 그 힘은 곧 권력이 된다. 그 묘의 후손들 중에 정치가나 법률가 등이 난다고 본다. 반대로 이곳이 넓다면 사교성이 좋은 인물이 난다. 장사수완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괜찮을 듯하다. 돈에 관심이 많은 후손이 날 확률이 보다 높은 셈이다.

돈은 재(財)다. 돈이 사람을 따라야 진정한 재물이 된다. 반대로 사람이 돈을 쫒는다면 그 돈은 재(災)의 근원이 된다. 이론은 확실한데 마음속의 이 욕심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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