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이 절규로 가득 찼다. 사흘 전 충남 만리포 앞 바다에서 터진 유조선 원유 누출사고 탓이다. 어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고 넋을 놨다. 그 절경에 기대어 살던 상인들은 기약할 수 없게 된 앞날에 가슴 막혀버렸다. 바다 밑 생물들은 몸을 솟구치고 촉수를 내밀어 몸부림치지만 모두 허사일 뿐이다. 이 신의 없는 땅을 믿어 의지하겠다고 그 먼 길을 날아왔던 철새는 시커먼 원유에 덮여 눈을 감았다. 온 국민들 마음에도 수심이 가득 찼다.
우리는 12년 전 이미 유사한 일을 겪었다. 1995년 여수 해상의 씨프린스호에서 5천여㎘의 벙커C유가 흘렀던 것이다. 그러자 정부는 1천300㎘ 수준이라던 국가방제능력(3일 이내 수거 능력)을 1만 6천여㎘로 늘리겠다고 했다. 그 말대로라면 1만 500㎘의 원유가 유출됐다는 이번 사고는 이미 수습 단계에 들어서야 할 터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건져진 것이라곤 300㎘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번 사고 직후 정부는 기름띠의 해안 도달에 1∼1.5일 걸릴 것이라 했지만 실제로는 0.5일밖에 안 걸렸다. 예측 능력조차 부실하다는 얘기이다. 일을 수습하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을 치러야할지 모르겠다.
우리 남해'서해에는 늘 많은 유조선이 떠 있고, 그건 늘 터질 수 있는 폭탄 같은 위험물이기도 하다. 미국처럼 홑겹 유조선은 영해 접근조차 금지시키는 방안, 유조선을 원거리서부터 다른 선박들로부터 격리시키는 조치까지라도 생각해 봐야 한다. 하지만 사고의 재발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앞서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손해'책임 등등의 타산적 틀로 파악돼서는 결코 안 되는 게 이런 사고인 탓이다. 그건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 터전을 앗아 그 삶을 황폐케 하는 범죄이고, 수많은 존재들의 생명을 죽음으로 덮어 묻는 살해 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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