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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김종삼 作 '북치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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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희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羊(양)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도심 곳곳에 서있던 공중박스가 점차 사라지듯이, 길모퉁이마다 서있던 붉은 우체통이 조용히 사라지듯이 크리스마스카드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쁜 일도 설렐 일도 줄어들고 있단 말이겠지요.

이 시는 한 문장으로 되어 있네요. 말더듬이 말하듯이 툭, 툭 끊어지는 어눌한 문장인데 제목을 마지막 행에 붙여서 읽으면 온전한 하나의 문장이 됩니다. 북을 치고 있는 소년에 대한 묘사. 아무 뜻이 없어요. 꼭 무슨 뜻이 있어야 하나요. 세상에는 뜻 없이도 아름다운 것들이 많이 있지요. 가령 음악에 무슨 의미가 담겨 있습니까. 음률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운 게 음악이지요.

짧은 시에 세 차례나 거듭되는 '처럼'이라는 단어. 이 직유법이 마련한 행간의 여백을 음미하노라면 수묵의 여운이 은은하게 번져나갑니다. 이른바 "내용 없는 아름다움"의 시학. 음악처럼 순진무구한 세계를 담고 있는 이 한 장의 카드로 당신의 마음이 잠시 환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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