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기 폭발' 고산어린이도서관 "책이 모자라요"

▲ 수성구 신매동 한 대형소매점에 마련된 고산어린이도서관이 이용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수성구청은 2월 중 책 3천 권을 추가 비치할 계획이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수성구 신매동 한 대형소매점에 마련된 고산어린이도서관이 이용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수성구청은 2월 중 책 3천 권을 추가 비치할 계획이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8일 오후, 대구 수성구 신매동 한 대형소매점 지하 1층에 마련된 '고산어린이도서관'엔 꼬마 아이부터 60대 할아버지까지 빼곡히 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대출 코너에는 책을 빌리려는 주민들이 줄을 이었다. 회원등록 코너도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하루 평균 170명이 등록하면서 개관 한 달여 만에 등록한 회원은 6천200명을 훌쩍 넘었다. 대출 고객이 많다 보니 도서관 책장이 텅 비어 있을 정도다.

신정순(가명·39·여) 씨는 이곳에서 7세, 5세 난 형제에게 책을 읽어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옆에서 혼자 놀던 다섯 살 난 여자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엄마를 찾았다. "엄마, 엄마 어딨어." 이에 정재옥(38·여) 어린이도서관 담당자가 달려와 아이를 달랬다. 정 씨는 "아이를 홀로 도서관에 두고 장을 보러 가는 부모들이 있어 이 같은 일이 종종 발생한다."며 당혹스러워 했다.

지난달 10일 대구 수성구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고산어린이도서관'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1만 5천 권에 달하는 보유 장서 중 20일 현재 절반 이상인 8천700권이 대출됐을 정도가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평일에는 하루 평균 600명, 주말에는 800~900명까지 몰려오니 발 디딜 틈도 없다는 것. 수성구청 직원 3명이 상주하고 있지만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 자원봉사자 8명이 이곳 업무를 돕고 있다. '짱뚱이 시리즈' '마법천자문' 등 학습만화 쪽은 항상 대출 상태이고, 몰려드는 대기자들도 줄을 섰다. 배의근(14·수성구 시지동·중1) 군은 "도서관이 생기고 나서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이곳에 와 책을 한 권씩 읽고 있는데 친구들이 너도나도 이곳에서 만나자고 한다."며 "책 속에 파묻혀 있으니까 좋고, 책 읽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저절로 자극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아쉬움 면도 적잖이 빚어지고 있다. 작은 공간에 많은 어린이가 몰리다 보니 통제가 쉽지 않은 데다 일부 부모가 미취학 아동을 홀로 둔 채 마트로 장을 보러가는 바람에 도서관이 어린이집으로 전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 게다가 도서관을 찾았지만 아이들이 마트 내 장난감과 간식거리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많아 부모들이 울상을 짓는 등 도서관 정체성에 혼란도 일고 있다.

4세 된 딸과 도서관 내 '유아방'에서 책을 보던 김진숙(가명·40·여) 씨는 "아이가 도서관에 올 때마다 이것저것 사달라고 졸라대는 바람에 불필요한 지출을 하게 된다."며 "상술이 엿보이는 책방이 아닌 온전한 어린이 도서관이 빨리 건립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 제형(6)에게 책을 읽어주던 김기정(36·여) 씨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항상 책이 부족하고, 아직 검색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책을 찾는데 약간 어려움이 있다."며 "수성구 주민들의 독서해방구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도서들을 준비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수성구청은 적은 예산으로 어린이도서관을 건립하기 위해 마련된 '고육지책'이다보니 부족한 점도 적잖다며 문제점들을 파악해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수성구청은 다음달 중 3천 권의 책을 추가 구입, 이곳에 비치하기로 했고 중동 현대병원과 수성2·3가동, 두산동, 파동 등에도 도서관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정재옥 수성구청 어린이도서관 담당자는 "입소문이 퍼져 유치원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고, 어린이도서관임에도 대학교수, 의사 등 전문직에 있는 학부모까지 도서관을 활용하고 있다."며 "우선 어린이들을 위해 책을 양보하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상현·정현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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