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 그곳 / 이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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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발레리나의 발가락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음부에 손이 갔다

왜 하필이면 그곳을 가리고 싶었을까

조심스레 내민 그녀의 발가락은

미끄러운 순간을 지탱하느라

아슬아슬한 물집들이 매달려

마치 발가락이 한두 개 더 달린 것 같았다

늘 어딘가에 가려

제대로 내놓은 적 없는 발가락이

가장 중요한 곳이라도 되는지

금방이라도 가리고 싶어

자꾸만 꼬물거리고 있었다

중요한 곳들은 다 그런 것일까, 그래서

볼일만 보고는 얼른 가리는 것일까

보고도 못 본 척하고 싶지만

슬쩍 다시 들여다 볼 때도 있다

음부든 발가락이든

각자 감당해야할 몫이 있어

아무리 불어터져도

다 보여줄 수 없는 그곳

'그곳'을 나도 모르게 '그 꽃'으로 오독했다. 기실 모든 중요한 곳은 다 '꽃'이 아닌가. 열매를 맺기 위해 스스로를 찢는 행위, 임산부의 '그곳'이나 식물의 '그곳'이나 다를 바가 없다. 고통 없는 창조가 어디 있는가, 이건 지나치게 상투적인 말이다. 꽃이란 식물의 상처라는 말도 어디서 들어봤음 직하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 그 중요한 곳을 식물은 아무 꺼림 없이 드러내 놓는데 사람은 왜 자꾸 가리려고 하는 것일까. 오로지 단 한 가지 이유가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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