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누더기 공천하자고 난리 치는 한나라당

한나라당이 공천 싸움으로 폭발 직전이다. 박근혜 전 대표 쪽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따로 살림을 차릴 태세다. 공천심사위가 '부정 부패 연루자 공천 배제'라는 당규를 원칙대로 적용하기로 한 데 대한 반발이다. 박 전 대표의 좌장 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을 겨냥한 정치보복이라는 것이다. 어제 집단모임을 가진 親朴(친박)계 의원 35명은 탈당 불사를 외치는 김 최고위원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겠다고 펄펄 뛰고 있다.

한나라당이 시끄러운 것은 4월 총선에서 또 한번 휩쓸 것이라는 '김칫국' 때문이다. 대선의 여세를 몰아 잘하면 200석도 바라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젖어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심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엊그제 손학규 대통합신당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 승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일등공신"이라 했다. 한나라당 승리는 불로소득이라는 얘기다. 많은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국민에게 새로운 정치로 보답하는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 돌아가는 꼴을 보면 거저 얻은 전리품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머리통 터지는 격이다. 천하의 인재를 얻어 국민을 이롭게 하려는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고 계파정치, 정치보복, 탈당협박 같은 정치공학적 언어만이 난무하고 있다. 국민의 심기를 이렇게 불편하게 만드는 집권당이라면 다수의석을 갖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웃기는 것은 언제는 당헌 당규대로 가야한다더니 이제는 당헌 당규대로 가지 않아야 한다고 난리다. 또 웃기는 것은 당 대표라는 사람이 자기가 앞장서 만든 공천 배제 조항을 놓고 "예외 없는 원칙이 있느냐"고 딴소리하는 모습이다. 그런 식의 누더기 공천기준이라면 밀실공천보다 낫다고 할 게 하나도 없다. 국민을 향해 선진화를 주문하면서 자기들은 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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