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잦은 지하철 사고…열받은 김범일 대구시장

"왜 이렇게 자주 섭니까? 그게 바로 무능력 아닙니까?"

29일 오후 5시 20분쯤 달서구 상인동 대구지하철공사 5층 상황실. 탁자를 내리치는 둔탁한 소리와 동시에 격앙된 목소리가 복도 끝까지 울렸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공사 관계자들에게 지난달 22일 지하철 2호선 단전사고 등과 관련해 1시간30분 동안 브리핑을 받으면서 크게 화를 냈다. 공사 간부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김 시장의 꾸중에 대꾸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날 김 시장은 비서만 대동한 채 비공식 일정으로 공사를 찾았다. 시장 방문 사실을 30분 전에야 통보받은 지하철공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하철공사 사장을 포함한 종합관제소장, 전기팀장, 설비팀장, 운영팀장 등 28명의 간부들이 진땀을 흘리며 상황실에 모였다.

회의는 오후 5시부터 6시 30분까지 긴장된 분위기속에 진행됐다. 사고 당시의 지하철 상황체계를 보고받은 뒤 김 시장은 "(단전 사고 대응)매뉴얼은 있습니까?", "매뉴얼대로 했습니까?"라고 질문을 쏟아냈다. 미처 준비를 못한 공사측이 급히 찾아온 매뉴얼을 읽어내려가자, 김 시장은 "사고 당시에 매뉴얼대로 했습니까?"라고 재차 물었다. 이어 답변이 성에 차지 않은듯 "원론적인 얘기는 그만하고, 사고 때 내용을 말하세요. 매뉴얼대로 안 했으니까 30분이나 멈춰선 거 아닙니까?"라는 호통이 상황실 문밖까지 울렸다.

회의 말미에 김 시장은 지하철공사에 큰 숙제를 내렸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하철 안전점검반을 편성하고 시 교통국과 시민들로 '지하철 암행어사 감찰반'을 구성, 수시로 직원들을 상대로 매뉴얼을 잘 알고 있는지를 점검하겠다고 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한 임원은 "분위기가 너무 살벌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김 시장이 통보 없이 지하철공사를 방문해 수시로 보고 받을 것"이라고 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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