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너무했군
슬슬 어루만져 주고
아직 응달인가
빛살 보내 주고
검정빛
커튼일랑 걷자구
초록으로
바꿔 놓고
사라져갈 것들
쫓을 것 있는가
웅성대다가
제풀에 녹고 말겠지
오늘은
강물이 풀리거니
서둘 것 없네
훈훈하자구
봄. 이제 슬슬 그럴 때가 되었습니다. 모진 기침과 신열 속에 옹송그린 지난겨울은 참 가혹했습니다. 대궁을 긁어서라도 차릴 기운이 있으면 차리고, 저 응달 쪽에도 따스한 빛살을 보내 줘야지요.
산골짝에 드문드문 남아 붙은 잔설인들 얼마나 가겠습니까. 굳이 쫓지 않아도 사라질 것은 사라지고, 녹을 것은 제풀에 녹고 그러겠지요. 꽃샘, 입샘이 웅성대며 까탈을 부려도 올 것은 오고, 필 것은 피기 마련입니다. '강물이 저리 풀리거니' 서두를 일이 무엇입니까. 다들 칙칙한 '커튼일랑 걷자구'요, '훈훈하자구'요.
한데, 정작 사라져선 안 될 것이 사라진 아쉬움은 얻다 묻어야 합니까? 600년이 넘도록 늘 그곳에서 그렇게 너볏하고 넉넉하던 겨레의 상징을 삽시에 숯검정이로 만들어버린 이 무력한 손들은 어찌하며, 숭례는커녕 무례만을 일삼은 이 부끄러운 낯빛들은 또 어찌합니까?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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