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앞산순환도로 끝을 빠져 나와 대곡지구 아파트 단지를 뚫고 들어가면 광활한 꽃과 나무의 나라가 펼쳐진다. 22만㎡의 쓰레기매립장을 7년여 공사 끝에 복원해 2002년 개장한 대구수목원이다. 모두 1천759여종의 식물이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일상에 지친 도시 사람들을 맞는다.
수목원 한길, 한길이 모두 걷고 싶은 곳이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한번은 걸어봐야 할 길이 바로 산책로. 투스콘 계열의 수목원 내 다른 돌길과 달리 마사토를 깐 800m 남짓의 길. 지난달 28일 찾은 대구 수목원 산책로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연인에서 홀로 운동족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걷기 향연을 보는 듯하다. "대구 수목원은 경상도는 물론 충청도·전라도·강원도 사람들까지 찾아오는 곳이죠. 경상도엔 진주나 포항 정도에만 수목원이 있는데다, 대구수목원 만큼 편리한 교통을 갖추진 못했기 때문이죠." 대구수목원관리사무소 김병도(36)씨는 "도심과 붙어있는 수목원은 전국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며 "지하철, 일반 시내버스로도 쉽게 오갈 수 있는 만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대구수목원 산책로에는 지난해 말 새로운 명물이 생겼다. 길가를 따라 시냇물을 내고 물을 감상할 수 있는 나무 데크를 만든 것. 한여름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 개울에 발을 담글 수도 있다. 굳이 시냇물이 아니더라도 산책로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이달 말이 되면 전나무·이나무·단풍나무·느티나무·은행나무 등 십여가지의 나무들에서 자라는 나뭇잎과 온갖 꽃들이 산책로에 피어난다. 길가에 난 꽃을 바라보며 나뭇잎이 만들어내는 터널을 지나는 기분은 길을 직접 걸어 본 사람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멋진 추억을 선사한다. 가을에는 산책로와 연결된 코스모스 동산도 별난 볼거리를 연출한다. 둥근 원을 그리는 길을 따라 코스모스 향기에 듬뿍 빠져 보자.
산책로 중간 지점에 있는 외국식물원도 놓칠 수 없다. 대구수목원은 세계 150여개국 수목원과 식물종자교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외국식물원에서는 50~60여개국의 이채로운 식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라트비아 '로니세라 모로윌'이나 일본 '노루오줌 롸인랜드' 등 생전 처음 들어보는 별난 식물들이 가득하다. 시간 날 때마다 수목원의 20개 식물원을 천천히 구경해 보는 것도 좋다. 산책로만 따라 걸으면 30분 남짓이면 충분히 오갈 수 있지만 식물원을 모두 구경하려면 적게는 3시간, 많게는 6시간까지 잡아야 한다.
동호회 사람들과 자주 이곳을 찾는다는 이상문(65·진천동)씨는 "수목원은 앞산 자락 등산로와 연결돼 동네 천수봉을 따라 걸은 뒤 산책로까지 연이어 걷는다"며 "수목원이 동네에 생겨 얼마나 행복하고 자랑스러운지 모르겠다"고 환히 웃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가는길
▷시내버스=유천교에서 내려(도보 20분)-600번, 623번, 650번, 651번, 655번, 달서3, 달성1, 달성2, 고려자동차학원에서 내려(도보 20분)-706번, 649번, 삼성레미안아파트에서 내려(도보 10분)-604번 ▷지하철=1호선 종점 대곡역(3번 출구, 도보 20분) ▷승용차=북대구IC→신천대로→상동교에서 우회전→앞산순환도로→상화로 →유천교 500m전반(좌회전)→삼성레미안아파트 뒤→ 대구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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