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운의 야생 멧돼지 '돈순이'

마을에서 먹이 얻어먹고 친숙…포획과정서 올무에 걸려 죽어

▲ 안동시 남후면 암산스케이트장 주인 정중선씨가 야생 멧돼지
▲ 안동시 남후면 암산스케이트장 주인 정중선씨가 야생 멧돼지 '돈순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먹이를 주고 있다.

"사람들을 그렇게 좋아하던 돈순이였는데…."

어미를 잃고 헤매다 마을로 내려와 사람들과 어울려 놀면서 화제를 모았던 야생 멧돼지 '돈순이'(본지 지난해 12월 15일 보도)가 최근 한 야생동물보호단체의 무리한 포획 과정에서 올무에 걸려 죽은 것으로 밝혀졌다.

안동시 남후면 암산스케이트장 주인 정중선(54)씨에 따르면 "이달 초 야생동물보호단체에 덩치가 커진 돈순이의 포획을 의뢰했는데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이 올무를 놓고 마취제를 주사하는 등 무리하게 포획하는 바람에 그만 돈순이가 죽어버렸다"는 것.

정씨는 "야생동물보호단체라고 해서 돈순이를 잘 포획할 줄 알았는데 밀렵꾼처럼 와이어로 만든 올무와 그물을 쳐 놓고 온종일 몰이를 하는 등 무지막지하게 돈순이를 잡을 줄은 정말 몰랐다"며 보호단체 관계자들을 비난했다.

정씨 부인은 "봄이 오니 이웃집 농작물의 피해가 우려돼 포획해서 키우려고 했는데 되레 돈순이를 잡은 꼴이 됐다"면서 "돈순이는 사람을 보면 '끼끼끼' 소리를 낼 정도로 좋아했는데, 그냥 마당에 놀도록 놓아둘 걸 괜히 잡으려고 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돈순이는 지난해 10월 초 뒷산에서 내려와 정씨 집 마당에서 강아지와 장난을 치고 개밥과 닭모이를 얻어먹고는 저녁 때쯤 산으로 올라가곤 해서 전국에서 많은 사진작가들과 구경꾼들이 찾아 오기도 했다.

한편 야생동물단체 관계자는 "안동시로부터 올무 허가를 받아서 정당하게 포획작업을 했으며 죽은 산돼지는 밭에 묻었다"고 말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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