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 쿨럭거리는 완행열차/송종규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마스크를 낀 남자가 처방전을 내민다 백지 안에 박혀 있는 빽빽한 약들 그의 삶도, 모래알처럼 많은 순간 아프고, 열나고, 쿨럭거렸으리

베고니아가 입을 막고 재채기를 한다

마스크가 가린 한 세계의 저쪽

완행열차처럼 긴 세월이 창에 불을 켜고 빼곡한 약들 사이 빠져나간다 그 너머 너덜너덜한 광목천이 삼성자동차 운전학원을 연호하고 있다 완벽한 시설! 합격보장!

두 주먹이 불끈불끈 가로수를 쥐어박는다

너도 아프구나,

신호등이 기우뚱 이마를 짚는다

뭉게구름처럼 뭉쳤다가 다시 흩어지는, 마스크를 낀 한 무리의 사람들

나는 도무지 그들의 처방전을 이해할 수 없다

허공 모서리 길게

바퀴소리 새겨진다

현수대에 매달려 있는 광고물들이 소리를 친다. 붉고 푸른 글씨들이 온갖 사연으로 내지르는 고함소리. 날 좀 바라봐주세요, 제발! 제발! 그 현수막을 내건 이들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고단한 삶인가. 세끼 밥을 위해 '모래알처럼 많은' 날들을 바지 밑단이 너덜너덜해지도록 돌아다녀야 하는 우리들의 삶. 마음을 다칠 일은 또한 얼마나 많았던가.

'마스크'를 쓴 불가해한 이 삶을 견디기 위해 우리는 알약처럼 '빼곡한 날'들을 쿨럭이며 건너가야 한다. 누구도 쉽사리 처방전을 내밀 수는 없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서로의 이마를 짚어주며 건네는 한마디의 위로, "너도 아프구나." 가만히 앉아 있어도 뼛골이 쑤시는 이 봄날, 시인이 지키는 약국에 가서 이마를 짚어주며 처방해주는 약을 나는 받아먹고 싶구나. 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특별법이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계산으로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지역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대...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했지만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인해 체감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25일 오후 7시 25분쯤 경북 영주시 안정면에서 공군 F-16 전투기가 야간 비행훈련 중 추락하여 산불이 발생했으며, 조종사는 20m 높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에서 관세 협정 체결 국가들이 무역 합의를 유지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연방대법원의 위법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