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 쿨럭거리는 완행열차/송종규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마스크를 낀 남자가 처방전을 내민다 백지 안에 박혀 있는 빽빽한 약들 그의 삶도, 모래알처럼 많은 순간 아프고, 열나고, 쿨럭거렸으리

베고니아가 입을 막고 재채기를 한다

마스크가 가린 한 세계의 저쪽

완행열차처럼 긴 세월이 창에 불을 켜고 빼곡한 약들 사이 빠져나간다 그 너머 너덜너덜한 광목천이 삼성자동차 운전학원을 연호하고 있다 완벽한 시설! 합격보장!

두 주먹이 불끈불끈 가로수를 쥐어박는다

너도 아프구나,

신호등이 기우뚱 이마를 짚는다

뭉게구름처럼 뭉쳤다가 다시 흩어지는, 마스크를 낀 한 무리의 사람들

나는 도무지 그들의 처방전을 이해할 수 없다

허공 모서리 길게

바퀴소리 새겨진다

현수대에 매달려 있는 광고물들이 소리를 친다. 붉고 푸른 글씨들이 온갖 사연으로 내지르는 고함소리. 날 좀 바라봐주세요, 제발! 제발! 그 현수막을 내건 이들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고단한 삶인가. 세끼 밥을 위해 '모래알처럼 많은' 날들을 바지 밑단이 너덜너덜해지도록 돌아다녀야 하는 우리들의 삶. 마음을 다칠 일은 또한 얼마나 많았던가.

'마스크'를 쓴 불가해한 이 삶을 견디기 위해 우리는 알약처럼 '빼곡한 날'들을 쿨럭이며 건너가야 한다. 누구도 쉽사리 처방전을 내밀 수는 없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서로의 이마를 짚어주며 건네는 한마디의 위로, "너도 아프구나." 가만히 앉아 있어도 뼛골이 쑤시는 이 봄날, 시인이 지키는 약국에 가서 이마를 짚어주며 처방해주는 약을 나는 받아먹고 싶구나. 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분당 아파트 매매 과정에서 17억 7천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을 언급하며, 국민 대출을 막으면서...
코스피가 21일 급등하며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정지 조치인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었고, 이날 코스피200 선물지수는 5.17% 상승한 1,0...
광주지방검찰청과 경찰청 특별수사단이 21일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국가수사본부를 압수수색하며, 경찰 내부에서는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지휘와 부...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