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지역 모 군청에서 근무하는 30대 부부 공무원 A·B 씨는 같은 해 임용된 동기다. 서로 다른 부서에서 근무했지만 신규 공무원 교육과 당직, 각종 행사 등을 통해 얼굴을 마주하며 가까워졌고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최근 아내 B씨가 임신해 곧 부모가 된다. 이들은 "지역에 남은 또래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직장에서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첫 아이를 앞둔 부부는 또 다른 고민도 안고 있다. 출산과 육아를 앞두고 승진 시기와 휴직 계획을 함께 계산해야 해서다. 아내는 출산휴가를 오래 사용할 경우 승진이 늦어질 수 있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고, 남편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청년 유출이 심화되면서 경북 지자체 공직사회가 빠르게 '가족화'되고 있다. 지역에서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공직에 집중되면서 배우자를 만나는 공간도 자연스럽게 공직사회로 좁혀지고 있다. 부부 공무원은 물론 부모와 자녀, 장인·장모와 사위, 시부모와 며느리까지 같은 지자체에서 근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청년이 줄자 군청이 '결혼 플랫폼'
지방 소도시의 산업 구조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공부문 중심으로 재편돼 오고 있다. 민간 기업이 적다 보니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은 지자체와 교육기관, 농협, 공공기관 정도가 대부분이다.
결혼 상대를 만날 수 있는 시장(?)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퇴근 후 또래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나 모임이 도시처럼 다양하지 않다. 같은 군청이나 공공기관 직원들과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다 보니 연애와 결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천군의 경우 전체 공무원 770여명 가운데 부부 공무원이 90여쌍에 달한다. 전체 직원의 약 23% 수준이다. 상주시는 전체 공무원 1천200여명 가운데 70여쌍이 부부 공무원이다. 청송군은 500여명 가운데 102명(51쌍·19.3%)이 부부 공무원이다.
대부분 고향이나 인근 지자체에 임용하다 보니 부모와 자녀가 같은 군청에서 근무하거나 장인·장모와 사위, 시부모와 며느리가 같은 조직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군청 공무원은 "지역에서 청년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군청이고 이곳을 벗어나도 지역 내에서 대부분 생활을 하다 보니 부부 공무원, 관계 기관 종사자를 배우자로 둔 공무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공직사회 내 '소개 문화'도 활발(?)하다. 신규 직원이 발령받으면 선배들은 나이나 출신 지역, 성격 등을 살펴 미혼 직원들과 연결해 주기도 한다. 같은 군청은 물론 인근 시·군청이나 공공기관 직원을 소개하는 일도 적지 않다.
또 다른 공무원은 "예전에는 지역에서도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청년 자체가 적어 군청 안에서 소개가 이뤄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농담처럼 군청이 지역 최대 결혼정보회사라는 말도 한다"고 웃었다.
◆공직사회 내 가족이 늘자 조직도 변했다
공직사회의 가족화는 조직 운영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부부 공무원이 늘면서 신혼여행과 출산휴가, 육아휴직, 자녀 돌봄 등으로 동시에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부 지자체는 부부를 같은 부서에 배치하지 않거나 핵심 보직에 부부를 두지 않는 방법으로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승진 인사에서도 고민은 적지 않다. 부부가 같은 시기 간부 승진 대상자가 될 경우 인사권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 사람이 먼저 승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여행 계획도 일반 직장인 부부와는 다르다. 한 시청 부부 공무원은 둘만의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부서 일정을 먼저 확인한다. 둘 가운데 한 명이라도 중요한 업무가 생기면 여행을 미룰 수밖에 없다. 부부가 함께 연차를 낼 경우 사유가 공개될 수밖에 없어 같은 날 연차를 사용하기 부담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부가 연차를 동시에 쓰면 여행을 가는지, 자녀 운동회를 가는지 조직 내 소문이 날 수밖에 없다"며 "휴가도 조직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 일반 직장인과 다른 점이 것 같다"고 말했다.
◆공직사회 가족화의 명과 암
공직사회의 가족화는 청년 정착과 출산을 이끄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오지만, 지역사회가 공직사회 중심으로 재편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취업 등을 위해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들과 달리 지자체 청년 공무원들은 지역 내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며 자연스럽게 정착한다. 이는 청년층의 추가 유출을 줄이고 결혼과 출산을 통해 지역 인구를 유지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반면 군 단위 지역에서는 공무원과 가족, 친인척, 퇴직 공무원까지 이어진 인적 네트워크가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군 단위는 공직사회가 곧 지역사회와 이어지는 구조다. 공직사회가 지역 여론 형성의 중심이 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군 단위 단체장은 공직사회의 반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수백 명의 공무원과 그에 따른 가족과 친인척까지 고려하면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결국 표심을 얻어야 하는 단체장은 그들이 가장 큰 유권자 집단인 셈이다.
정책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한다. 각종 사업과 공모 정보를 일반 주민보다 먼저 접하고 제도를 이해하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끼리끼리 관행 속에 비리와 부작용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 각종 지원이나 선발 대상에서 제외된 일반 주민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한 지방행정 전문가는 "청년 정착과 지역 유지라는 순기능은 분명하지만 지역의 의사결정 구조가 특정 집단 중심으로 기울지 않도록 민간 참여와 다양한 의견 수렴 구조를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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