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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얼굴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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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초교생을 납치 성폭행하려던 범인은 모자를 눌러쓴 채 하늘색 마스크까지 꼈다. 경찰에 잡히기 전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초교생을 마구 발길질하는 모습을 CCTV로 보았던 시민들은 '왜 경찰이 저런 흉악한 범인의 얼굴을 가리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안양 초교생 혜진'예슬 양을 성폭행 살해한 정모씨가 얼굴을 가린 채 현장검증을 할 때 "얼굴 한번 보자"는 혜진 양 어머니의 분노는 차라리 絶叫(절규)였다.

체면이 깎이는 것을 속말로 '쪽팔리다'고 한다. '쪽'은 얼굴이다. 그 얼굴을 가리는 것은 곧 체면을 지키는 일이라는 말이다. 성폭행범에게도 지켜야 할 '체면'이 있기 때문일까.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는 "옷을 입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에 자기를 개입시키는 일종의 기호행위"라고 했다. 철학자 이왕주 교수는 그렇다면 복장 자체가 하나의 기호가 되고 얼굴은 상대에게 나를 보여주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얼굴은 자신을 세상과 소통시키는 아이콘인 셈이다.

범죄인을 호송하면서 얼굴을 가리는 것은 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우리 헌법에는 모든 국민에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형법은 공판전 피의사실을 공표하지 못하도록 하고 보도하는 것도 사생활 침해로 인정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물론 피의자도 모든 국민에 포함되고 더구나 유죄 확정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됨도 당연하다.

그러나 일산 사건의 범인은 CCTV에 범죄 행위가 녹화됐고 현행범이나 다름없다. 안양 사건의 범인도 증거와 정황 등으로 진범임이 분명해졌다. 그 범죄로 피해자는 물론 부모와 주변 모두가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피해자보다 피의자의 인권을 더 강조하는 것은 현실을 너무모르거나 무시했다는 여론이다. 그것은 그들을 '고객'으로 하는 직업종사자들이나 인권관계자들 때문이라는 의심을 사기도 한다.

성폭행 범죄 피의자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어느 때보다 드세다. 그것이 피해자의 雪寃(설원) 차원을 넘어 재범을 줄이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살인 및 성폭행범의 얼굴 공개를 청원하는 인터넷 토론방에는 이틀 만에 7천여명이 서명했다.

이경우 논설위원 the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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