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인 등치는 '효자손' 사기 조심!

▲ 3일 오후 달서구 월성동의 한 아파트내 경로당에서 배봉호(50) 동장이 준비해온 금 목걸이로 최근 발생한 마사지 사기 사건의 수법을 노인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3일 오후 달서구 월성동의 한 아파트내 경로당에서 배봉호(50) 동장이 준비해온 금 목걸이로 최근 발생한 마사지 사기 사건의 수법을 노인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할머니, 절대로 반지를 빼시면 안됩니다."

3일 오후 달서구 월성동의 한 경로당. 배봉호 월성1동장은 미리 준비한 종이컵과 금목걸이를 할머니들 앞에 들어보이며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 "옆 동네에 한 젊은 사람이 마사지를 해준다고 경로당에 들어와서는 반지를 훔쳐갔대요. 혹시 그런 사람 오면 꼭 구청이나 경찰에 연락하세요." 배 동장은 "더 이상의 피해는 없어야 한다"며 바쁜 걸음으로 다음 경로당으로 출발했다.

달서구 경로당들이 발칵 뒤집혔다.

'마사지를 해드리겠다', '기치료를 해드리겠다'며 노인들에게 접근해 금반지를 훔쳐 가는 사건이 최근 달서구 일대에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효자손 사기 사건'이라는 그럴듯한 이름까지 붙었다. 경로당에 갈때는 금붙이를 빼놓고 간다는 노인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4시30분쯤 달서구 감삼동 제2경로당에는 20대 후반의 낯선 청년이 불쑥 방문했다. '복지관에서 할머니들 마사지를 해드리려고 왔다'고 했다. 한참 아양을 떨며 할머니들 어깨를 주무르던 그는 '금반지는 때가 끼기 쉬우니까 마사지 전에 반지부터 씻어드리겠다'며 18.75g(약 다섯 돈·70만원 상당) 금반지를 빼게 한 뒤 갖고 달아나버렸다.

지난 2월 달서구 진천동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동사무소에서 나왔는데 기 마사지를 해주겠다' 며 한 젊은 남성이 경로당에 들어선 것. 4명의 할머니들이 두 눈 뻔히 뜬 채 200만원 상당의 금반지를 도둑맞았다. 금반지를 씻어드리겠다는 수법도 똑같았다.

피해가 잇따르자 달서구청은 2일 14개 동사무소에 '경로당 노인 마사지 빙자 금품 갈취 사건'이라는 주의문을 보냈다. '30세 전후 나이에 키가 작고 체격이 약한 남성'이라는 용의자의 인상착의도 실었다. 동장들도 부랴부랴 경로당을 돌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감삼2경로당의 한 할머니는 "한 청년에게 안마를 받고 있는데 마침 경로당에 들어선 회장이 '얼마전에 옆 동네에서 반지를 모두 도둑맞았다'고 말하자 그 청년이 당황하면서 나가버린 일도 있었는데 반지는 이미 도둑맞은 뒤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할머니들의 금반지를 노리는 효자손 사기 사건이 잇따라 주민들 상대로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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