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난로위에 데워먹던 꿀맛같은 밥

나의 어린 시절은 작은 발걸음으로 두어 시간은 족히 걸어야 학교에 도착하는 산골마을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집에 있을 땐 늘 일과 함께 하시는 부모님 옆에 흙과 풀꽃이 친구였지만 부담스러울 만큼 커다란 책보자기를 허리에 메고 학교 가는 길은 언제나 신이 났다.

"무슨 색?" 하면서 색 잡기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지름길이라며 곱게 다듬어 놓은 논두렁에 발자국 내어가며 팔짝 팔짝 뛰는 다람쥐에게 인사도 건네가며 어린 시절 학교 가는 길은 참으로 행복했었다. 키 작다고 늘 엄마는 밥 안 먹고 학교가면 "설거지 다 시킨다"하시며 엄포를 놓으셨지만 요리조리 핑계대며 빈 입으로 집을 나서도 가방에 폼 나게 담겨있는 계란 후라이 도시락만 생각하면 절로 배가 불렀던 시절이다.

내 초등학교는 아주 산골이다.

일주일에 두어 번은 수업을 쉬고 비닐포대기 한 개 씩 들고 산으로 땔감을 준비하러 오르곤 했었다. 그러다가 겨울이면 교실 중간에 큰 날로 한 대를 놓아 그 위에 납작하고 노란 도시락을 층층이 올려 밥을 데웠다.

꿀꺽꿀꺽 침을 삼켜가면서 점심시간을 기다리곤 했었다. 그때만 해도 콩 조림에 계란 후라이 반찬은 다들 부러워하는 반찬 중에 하나이다. 엄마는 늘 내가 키가 작다는 이유로 아껴두었던 계란을 밥 중간에 후라이로 부쳐서 안 보이게 싸 주셨다. 맨밥을 한 수저 가득 뜨면 노릇하니 보이는 계란이 너무 맛있고 좋아 마냥 신나고 즐거웠던 시절. 지금도 가끔은 그런 도시락을 싸서 산에 오르지만 그 맛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빙긋이 미소가 나면서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엄마" 그때 그 도시락 진짜 맛있었어. 최고의 맛을 잊지 못하게 마음 속의 도시락을 싸 주신 엄마!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황미양(대구 북구 동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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